‘대선 균형추’ 50대… 80년대 민주화 주역서 캐스팅보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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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 지형이 야권으로 급속히 기울어진 데는 ‘50대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전쟁’에서 40대 균형추론이 무너진 것이다.

통상 20, 30대는 야권 성향, 50, 60대 이상은 여권 성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40대 이하뿐만 아니라 상당수 50대가 야권 주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세대 전쟁의 균형추가 50대로 바뀌면서 여권 표밭은 그만큼 왜소해졌다. 50대가 새롭게 캐스팅보트를 쥔 건 이번 대선의 새로운 특징 중 하나다.

동아일보가 3, 4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대 균형추가 50대로 이동한 현상은 여러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50대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23.7% △안희정 충남도지사 14.1%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13.4%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10.1%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4.7%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2.9% 순이었다. 전체 세대의 지지율 순위와 일치했다.

또 50대는 10% 이상의 지지를 보낸 주자가 4명이나 되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했다. 같은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양자 대결 조사에서도 50대는 △문 전 대표 34.5% △안 전 대표 36.9%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 있었다. 특정 주자에게로의 쏠림 현상이 가장 약하다는 의미다.

더 흥미로운 수치도 많다. 현 대선 주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황 권한대행의, 60대 이상은 문 전 대표의 대표적 ‘안티 그룹’이다. 50대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을 주자를 묻자 황 권한대행과 문 전 대표가 각각 30.3%로 정확히 같았다.

50대가 균형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5년 전 대선 때와 비교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가 대거 50대로 진입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상 50대로 접어들면 보수화하는 ‘연령 효과’가 나타나지만 50대의 중심 세력이 된 86세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민주화운동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50대에선 연령 효과보다 ‘코호트(cohort·통계적으로 동일한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1980년대 레이건 집권기에 20대를 경험한 세대는 보수적 성향을, 1930년대 루스벨트 집권기에 20대를 보낸 세대는 진보적 성향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민주화가 이뤄진 지 30년 만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86세대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여기에 경제적 양극화 심화 등 경제적 요인도 86세대의 진보적 성향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50대가 어느 쪽으로 결집하느냐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안 지사의 상승세 등 50대 주자들의 선전도 50대의 정치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50대가 일방적으로 야권 성향으로 기운 건 아니다. 각계 중심세력인 50대로선 대선 주자들의 통치 역량과 안정감, 미래 비전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0대 세대교체론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50대 표심’을 누가 붙잡느냐가 이번 대선의 승부처인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대선#캐스팅보트#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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