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가 만든 미래창조과학부, 야권 해체 주장에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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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ICT 융합이 성장동력인데 창조경제 상징 부처라고 쪼개서야”

“정권 바뀌면 또 바뀌겠죠. 하도 바뀌어서 5년 만에 뒤집는다고 해도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미래부 서기관급 공무원)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정부 조직 개편안은 미래창조과학부를 겨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과학기술부 부활과 중소기업청의 벤처중소기업부 승격을 제시했다. 과학기술과 벤처 창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은 현재 미래부의 핵심 기능이다. 해당 정책 부처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은 미래부를 해체하겠다는 의미다. 미래부는 5년 만에 부처를 해체하는 건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 정권 출범 때마다 흔들린 ICT 거버넌스

정보통신기술(ICT)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흔들렸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체신부에 과학기술처·공보처·상공자원부의 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흡수·통합한 정보통신부(정통부)를 만들었다. 정통부는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컨트롤타워 주무 부처로 영역을 구축해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통부의 일부 정책이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등으로 나뉘면서 조직이 축소됐다. 이때 과학기술부(과기부)도 교육부와 통합됐다.

창조경제 정책을 핵심 정책 기조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쪼개진 ICT 정책과 방송통신, 과학기술 업무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2013년 새로 출범시켰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 정책이 동력을 잃으면서 미래부 조직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미래부 내부에서도 일부는 과학기술 홀대를 이유로 과기부 부활에 찬성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미래부 출범 후 장관은 줄곧 ICT 쪽에서 해 왔다. 현 미래부가 과학과 ICT의 시너지를 잘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부처가 있어야 연구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출연금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는 1일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5차 포럼’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며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킬 뜻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과기부와 정통부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 미래부 “4차 산업혁명은 ICT와 과학 함께 가야”

미래부는 현재 국회를 상대로 4차 산업혁명의 국가적 성공을 위해서라도 과학과 ICT가 융합된 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차세대 ICT 산업 진흥과 원천기술에 기반을 둔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하는데 과학기술과 ICT가 분리되면 부처 간 칸막이 효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미래부라는 이름은 바뀌더라도 융합과 혁신에 기반을 둔 부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공세의 대상이 된 ‘창조경제’ 때문에 섣불리 부처 분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있다. 한국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와 같은 산업 진흥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창조경제를 승계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많은 전문가는 5년 만의 조직 개편 그 자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연구부장은 “부처 조직 개편 후 업무 프로세스가 안착되는 데만 1, 2년이 걸린다. 조직 개편은 안 하는 것이 좋지만 하더라도 정책 효율성과 일관성을 감안한 최소한의 개편에 그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미래부#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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