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조선의 4번’·형은 사회인야구 대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7일 05시 30분


O2 S&M 이차호 대표는 롯데 이대호의 친형이다. 동생이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이 대표는 부산·경남지역의 사회인야구 전도사로 활동하며 야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O2 S&M 이차호 대표는 롯데 이대호의 친형이다. 동생이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이 대표는 부산·경남지역의 사회인야구 전도사로 활동하며 야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친형 이차호 대표
184팀 5500명선수 가입된 O2리그 이끌어
동생은 프로 최고타자 형은 사회인야구 전도사
야구장에서 빛나는 뜨거운 형제애


2000년대 중반까지 야구는 ‘보는 스포츠’였다. 반대로 라이벌 종목인 축구는 ‘하는 스포츠’로 가장 큰 사랑을 받아왔다. 전국 방방곡곡 축구장에 조기 축구회 회원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이었지만 직접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장소와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사회인야구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야구장 임대업, 관련 장비, 리그운영 등 스포츠 산업적인 측면에서 발전 속도는 종목 특성상 타 종목을 압도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면 전국적으로 야구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야간경기가 가능한 조명시설을 갖춘 사설 야구장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인야구선수들을 위한 전문 정형외과도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회인야구리그가 존재하지만 그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리그는 풍림무약배 O2리그(부경야구협동조합)다. 총 184개팀이 가입되어 있고, 등록 선수만 5500여명에 이른다. O2리그는 부산·경남지역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야구장을 가장 많이 확보한 리그’, ‘합리적인 비용에 상품도 많고 기록관리가 뛰어난 리그’라는 평을 받는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풍림무약배 O2리그의 운영자가 최근 롯데로 복귀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35)의 친형 이차호(38) O2 S&M 대표라는 점이다.

어린시절 할머니 품에서 성장하며 고난을 함께 극복한 형제는 이제 동생은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형은 부산·경남지역의 사회인야구 대부로 야구에 대한 사랑과 보답을 이어가고 있다.

이차호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세살 터울 동생 이대호를 뒷바라지하며 야구선수로의 성공을 도왔다. 야구용품 제조를 시작으로 프로선수들의 에이전트, 그리고 사회인야구리그까지 운영하며 야구와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프로’인 그를 만났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사직구장이 아니라도 공과 배트가 있다면 맨땅의 야구장도 사랑하는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동생은 너무나 유명한 스타지만 형이 국내 최대규모 사회인야구를 운영하고 있는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 사회인야구에 입문하게 됐고, 리그를 직접 이끌게 됐는지 궁금하다.

“오래전부터 동생 소개로 사회인야구팀에서 직접 경기를 즐겁게 뛰었다. 사회인야구에 대한 열기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던 2010년부터 직접 야구장을 빌려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1개 구장에서 16개 팀이 모였는데 지금은 1~2~3~4부로 나눠 184팀이 됐다. 야구장도 7개 학교 야구장에 부산기장군에 풍림무약볼파크라는 전용구장까지 생겼다. 한 해 1350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다. 사실 스스로도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웃음)”

이대호-이차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대호-이차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184개 팀, 5500여명의 선수가 모여 있는 리그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사회인야구에 대한 인기는 계속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

“특별한 출장이 없으면 매주 주말과 휴일은 야구장에서 살고 있다. 야구장 8개가 부산시내 곳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거의 100km를 이동하며 선수들과 심판원, 기록원들을 만나고 있다. 선수들 모두 주말만큼은 ‘프로선수 저리가라’할 만큼 열정적이다. 욕심도 엄청 많다. 하하. 자기 기록, 팀 성적과 승리에 대한 욕심과 의욕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마조마하다. 그라운드에서 열정과 열기는 프로경기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풍림무약배 O2리그는 어떻게 국내 최대 규모 사회인야구로 성장할 수 있었나? 운영자의 동생이 유명 프로선수라는 점만으로는 어려운 일일 것 같다.

“리그의 경기 운영과 일정에 대해 선수들이 만족할 수 있게 잘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리그는 메인 스폰서인 풍림무약과 함께 30여개 기업 등이 후원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선수들에게 여러 상품 등의 혜택이 크다고 자랑을 하고 싶다.(웃음) 매주 10여명의 선수들에게 시상을 하고 상품을 전달한다. SNS 등을 통해 여러 소식도 전하고 있다. 특히 우리 리그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수가 곧 조합원이자 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지금도 수많은 야구팬들이 사회인야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년 계획으로 사회인야구팀 입단을 그리는 팬들도 많다. 리그와 장비 선택 등의 팁이 있다면.

“리그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안정적인 리그를 찾아야 한다. 사설리그는 위험한 점이 많다. 지역야구협회나 생활체육협회를 추천하고 싶다. 또 하나 굉장히 중요한 점은 잘 하는 팀보다 본인이 경기를 많이 나갈 수 있는 팀이어야 더 신나게 야구할 수 있다.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만드는 것도 좋다. 장비는 야구를 하면 할수록 모두 전문가가 된다.”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을 만나보면 야구장 확보가 가장 큰 고민이다. 사회인야구의 성장에 가장 큰 장벽도 야구장이다.

“우리 리그도 야구장확보는 언제나 큰 스트레스다. 부산은 구덕구장도 곧 철거 예정이고 정식 야구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 리그의 경우 풍림무약 이정석 대표의 도움으로 전용구장을 확보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성대, 경남고, 대신중학교 야구장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부산시와 체육회와 협의해 새로운 야구장 건설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

-사회인야구를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구도 부산에서 국제 사회인야구대회를 유치하고 싶은 꿈이 있다. 부산에는 이미 기장현대드림볼파크라는 좋은 야구장이 있다. 교통, 숙박, 관광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사랑은 부산시민들이 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프로유니폼을 입고 커다란 야구장에서 홈런을 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라운드가 선물하는 꿈과 희망은 누구나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느껴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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