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연 해설위원의 ‘은퇴만 3번, 그래도 배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7일 05시 30분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오른쪽)은 선수시절 한국여자배구 최고의 센터로 꼽혔다. 무려 3번의 은퇴와 복귀를 반복한 파란만장한 사연 속에서도 단 하나의 일관성은 배구였다. 사진제공 | 장소연 해설위원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오른쪽)은 선수시절 한국여자배구 최고의 센터로 꼽혔다. 무려 3번의 은퇴와 복귀를 반복한 파란만장한 사연 속에서도 단 하나의 일관성은 배구였다. 사진제공 | 장소연 해설위원
운동선수가 ‘여한 없이 은퇴한다’는 얘기는 꿈에 가깝다. SBS스포츠 장소연 해설위원(43)은 이것을 이뤘다. 3번의 은퇴와 복귀, 그 사이의 공백기까지 파란만장한 사연이 담겨있었지만 단 하나의 일관성은 배구였다. 2015~2016시즌을 끝으로 현역인생을 마감한 후 해설자로 다시 출발한 장 위원의 인생사를 6일 들어봤다.

● 해설, 다시 배구와 인생을 배우는 시간

해설 일에 대해 장 위원은 ‘배움’을 얘기했다. “하는 배구와 말하는 배구가 다르더라. 배구를 다시 배우는 것 같다. 사람 관계도 배우고 있다. 방송은 전혀 다른 세계더라. 내가 배구를 오래해 주위에서 거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부담을 많이 갖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욕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다. 댓글까지 챙겨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바깥의 평가에 어느 정도 초연해지게 됐다. “‘시간은 뭐든지 필요 하구나’라는 걸 깨닫는다”고 웃었다. 다만 지금도 어려운 한 가지는 쓴소리다. 그는 “(인간적으로) 감독님들, 선수들 잘 알고, 어떤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 잘 알기에 쓴소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시청자 위해 정확하게 말은 해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더 전문성을 쌓아야 할 것 같다”고 속마음을 말했다.

도로공사 시절 장소연.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시절 장소연. 스포츠동아DB

● ‘친정’ 도로공사를 향한 응원가

장 위원은 공교롭게도 지난시즌까지 뛰었던 ‘친정’ 도로공사 경기를 유독 많이 맡는다. 어쩔 땐 팔이 너무 안으로 굽고, 어쩔 땐 너무 칭찬이 인색해질 때가 있어 마음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다만 이효희(37), 정대영(36) 등 지금 도로공사의 베테랑 선수들이 마주한 어려움은 누구보다 잘 안다. 감당하기 힘든 오해를 겪은 선수들에게 장 위원은 “팀이 휘청거리면 선배들이 질타 받는다. 성적 안 나면 리빌딩 소리가 나오는데 이것이 선배들한테는 굉장한 아픔이다. 대영이랑 통화 자주하는데 ‘소신껏 네 배구 하라’고 말해준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시절 장소연(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국가대표 시절 장소연(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3번의 은퇴와 복귀, 배구심판 그리고 호주유학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장 위원은 현역 시절 총 3차례 은퇴를 했고, 공백기를 딛고 복귀했다. 은퇴식은 2번째 은퇴였던 인삼공사에서 딱 한 번 했다. 은퇴와 복귀 사이에서 긴 사연들이 있었겠지만 ‘아쉬움’이라는 단어가 그를 코트로 불러냈다. 공백기에도 실업팀에서 배구를 했고, 2년간의 호주 유학 때에도 현지 클럽팀에서 가르치고 뛰었다. 1시즌 동안 심판일도 경험했다. 영어에 대한 동경으로 갔던 호주에서도 결국 배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장 위원은 “외국생활을 해본 덕에 이방인의 마음으로 사는 외국인선수들의 마음에 깊숙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이 팀 전력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해설위원으로서도 간단한 대화는 외국선수들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2009~2010시즌 당시 장소연. 사진제공|KT&G
2009~2010시즌 당시 장소연. 사진제공|KT&G

● 장 위원이 바라보는 한국여자배구

첫 은퇴 후 현역 복귀 때 장 위원은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그런 절차를 밟지 않으면 프로에 갈 수 없었다. 고민이 많았고, 막상 지명되자 만감이 교차했다.(웃음) 한편으로는 어린 선수들한테 미안했다”고 떠올렸다. 그 해(2009~2010시즌) 신인상까지 받을 뻔했는데 “정말 그건 아닌 것 같아” 고사했다. KOVO는 대신 그를 위해 ‘배구발전기여상’을 한시적으로 만들었다.

3번의 은퇴를 거친 긴 현역 인생의 보람을 장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이 ‘장 선배를 보며 몸 관리를 잘 하면 오래 선수로 뛸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 지금 한국여자배구에 대해서도 장 위원은 관대한 눈길을 보냈다. “예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고 근성이 없다고 하는데 아니다. 그때에 비해 배구색깔이 달라지고, 선수들이 발랄해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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