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향악단서 지휘와 악장 맡은…형, 동생 “음악 취향은 달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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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공연에서 정나라 부지휘자와 정하나 악장 형제.
경기필하모닉 공연에서 정나라 부지휘자와 정하나 악장 형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나라 부지휘자(37)와 정하나 악장(36)은 형제다. 국내외를 통틀어 형제가 같은 교향악단에서 지휘와 악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정 악장은 2011년, 정 부지휘자는 2015년에 입단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형제를 만난 2일, 정 부지휘자는 지휘자로서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데뷔했다. "어릴 때부터 지휘자를 꿈꾸면서 예술의전당에서 지휘를 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이런 순간을 동생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 부지휘자가 입단할 때만 해도 이런 순간을 꿈꾸지 못했다. 당시 먼저 입단한 동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부지휘자 오디션을 볼지 말지 고민이 많았어요. 합격해도 먼저 자리 잡은 동생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닐까 두려웠죠."(정나라)

"형제이다 보니 단원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죠. 이런 경우가 흔치 않잖아요. 지내다 보니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알았죠."(정하나)

누가 형제 아니라 할까봐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비슷하다. 미국에서 같은 예술고등학교를 다녔고, 미국에서 음대를 다니다 1년 차이로 독일로 건너가 공부했다. 그러나 음악적 취향은 다르다.

"저는 쇼팽, 말러 등 로맨틱하거나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호해요. 형은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고전 작품들을 좋아해요."

지금까지 형제는 경기필하모닉에 있으면서 10여 차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부지휘자와 악장 모두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는 역할이다. 장점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리허설을 어떻게 준비할지, 단원들과 어떤 부분에서 소통할지 동생이 많이 알려줘요."(정나라)

"형이 지휘 할 때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이 쉬우니 편해요."(정하나)

음악가의 길을 함께 걷고 있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제가 음악가로서 서로 생각하고 바라는 점은 달랐다.

"동생은 매일 새벽 가장 먼저 연습실로 갈 전도로 최선을 다해요. 다만 너무 예민하다는 점이 아쉽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정나라)

"형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설득력도 뛰어나고 귀도 밝아 지휘자로 타고난 재능이 있어요. 저와 달리 끈기는 없는데 꾸준히 해서 상임지휘자가 됐으면 좋겠어요."(정하나)

형제는 언젠가 상임지휘자와 악장으로 한 무대에 또는 한 교향악단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서로 취향도 성격도 다르다 보니 옆에 있으면서 많이 배워요. 상호보완적인 관계죠. 제가 언젠가 상임지휘자가 된다면 동생을 부르고 싶죠. 다만 환경이 지금보다 좋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정나라)

"형 걱정 말아요. 불러만 준다면 제 연봉을 깎아서라도 갈게요. 하하."(정하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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