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7개국 국민, 美가족과 감격의 포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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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정책 제동]‘입국자 환영’ 시민들로 美공항 북적
‘미국 門 또 닫힐라’ 세계공항도 북적

獨잡지 “자유의 여신상 참수한 트럼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최신호 표지에 도널드 트럼프를 실었다. 트럼프가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하는 그림을 통해 미국의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출처 슈피겔
獨잡지 “자유의 여신상 참수한 트럼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최신호 표지에 도널드 트럼프를 실었다. 트럼프가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하는 그림을 통해 미국의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출처 슈피겔
  ‘세계는 미국 문 다시 닫히기 전에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미국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으로 ‘공항행 러시’가 이뤄졌다. 전 세계 항공사는 행정명령 대상이었던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행 항공권 발권을 즉각 재개했다.

 행정명령 이후 미국에 사는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7개국 국민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겼다고 BBC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주일 전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려다 입국을 거부당했던 시리아인 나엘 자이노 씨는 이날 오후 1시경 터키 이스탄불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미국 보스턴에 도착해 마중 나온 가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란 국적의 아크람 카제할리 씨도 행정명령 발동 이후 3번째 입국 시도 끝에 이날 보스턴 공항에서 손녀와 재회했다. 가족과 뉴욕으로 가려다 입국을 거절당했던 이라크인 후아드 샤리프 씨도 이민 비자 효력이 되살아나면서 입국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7개국 유학생들은 항공권 구매가 가능해지자마자 새 학기를 위해 미국행 티켓을 서둘러 끊었다. 피츠버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이란인 페드람 파라고미 씨도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법이 계속 바뀌고 있어 불안하지만 이번만큼은 미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주요 국제공항인 뉴욕 JFK, 워싱턴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보스턴 로건 공항 등엔 이들 입국자를 환영한다는 시민들이 다양한 환영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고, 자원봉사 변호사들도 공항 안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JFK 공항에선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한 중년 여성이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라는 환영 팻말을 들고 서 있었고, 덜레스 공항에서도 중년 부부가 ‘우리는 (미국의) 관문도 열고 우리의 마음도 열었다’는 글귀로 공항 도착 승객들을 반겼다. 변호사들은 아랍어와 영어로 ‘공항에서 (행정명령 때문에) 구금된 사람이 있으면 우리(자유를 위한 변호사들)에게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공항에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승객들이 마중 나온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이 목격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맞불 집회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벌어졌으나 무력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CBS 방송이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45%, 반대는 51%였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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