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몰아붙이는 트럼프정부… 오바마의 핵합의 뒤집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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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실험 제재 발표
개인 13명 등 모든 경제거래 금지… 백악관 “군사적 대응도 배제 안해”
매티스 “이란은 최대 테러지원국”
이란,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후 외국 중에선 처음으로 이란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도발에 나섰다는 이유다.

 미 재무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란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연루된 인물과 단체들이다. 단체의 경우 이란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중국 등에 근거지를 둔 회사도 포함돼 있다. 이란의 이스트스타, 중국의 코세일링무역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개인 및 단체는 앞으로 미국 및 미국인과 모든 형태의 경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존 스미스 재무부 제재국장 대행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불안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조치”라며 “금융 제재를 포함해 모든 사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의 도발적 행동(미사일 시험 발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가만히 앉아 가볍게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이해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적 대응이 미칠 충격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군사 대응은 최후의 조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3일 일본 방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관해 말하자면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미-이란 핵 협상을 뒤엎기 위한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이란 핵 합의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핵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넘어 북한 등 이른바 ‘적성국’에 대한 광범위한 경고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예고한 북한도 이번 경고 조치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을 ‘적(adversary)’으로 규정한 뒤 “이들 국가가 국제 규범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3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소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미국의 개인과 회사를 상대로 보복 조치를 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응하는 조치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지원·형성에 역할을 한 일부 미국인과 회사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미사일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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