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아웃사이더 vs 아웃사이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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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르펜-무소속 마크롱 기세… 여론조사에서 1, 2위 차지
르펜, 트럼프 뺨치는 파격 공약 “불법 이민자 의료혜택 중단”
마크롱, 親EU 내세워 대조적

 2일 발표된 프랑스 일간 레제코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27%)와 ‘제3지대론’을 주장하는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보수 공화, 진보 사회당의 프랑수아 피용, 브누아 아몽 후보는 3, 4위로 밀려났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도가 있어 1차 때 깜짝 돌풍을 일으킨 후보가 결선에 올라갈 순 있어도 결선에선 조직력이 강한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가 예외 없이 대통령에 당선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웃사이더’ 정치인인 르펜과 마크롱은 4일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을 찾아 각각 출마 선언과 함께 공약을 발표했다. 모든 것이 대척점에 있는 두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 ‘최초 유럽 극우 대통령’ 르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며 이는 르펜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4일 분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주 르펜이 승리할 가능성을 40%로 점쳤다.

 르펜이 이날 발표한 144개 공약은 파격적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능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외치는 르펜은 △프랑스 시민만 무상교육 실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의료 혜택 중단 △외국인 고용 시 특별세 부과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르펜은 또 취임 후 6개월간 유럽연합(EU) 파트너들과 국경 자유화 및 EU법 우위 파기 협상을 진행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더 적은 세금을 거둬 더 많은 복지를 주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경제 공약도 내놨다.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낮춰 정부의 연금 지급 부담을 늘리면서도 고용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의 세금을 낮춰 주겠다고 약속했다.

○ ‘최초 30대 무소속 대통령’ 마크롱


 마크롱은 1977년 12월생, 프랑스 나이로 39세다. 정당에 소속된 적도, 선출직에 출마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다니는 곳마다 1만 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대통령 마크롱’을 외쳐 댄다. 4일 밝은 파란색 양복 차림으로 리옹에 나타난 마크롱은 “좌우는 아무 의미가 없고 더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날려 버리겠다”라고 외쳤다.

 마크롱은 ‘조직과 세력이 없어 불리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새로운 정치 실험으로 극복하는 중이다. 정당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정치 집단 ‘앙마르슈(전진)’를 이끌며 6월 총선 때 시민사회단체 출신과 여성을 절반 이상 공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의 대외 정책은 르펜과 정반대다.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개방이다. 4일 연설에서 “미국에서 반(反)계몽주의와 싸우고 있는 과학자 학자 기업가들이여, 프랑스로 오라”라며 트럼프를 겨냥했다. 프랑스 내 유일한 친EU 후보로 불리는 그는 친기업적 성향이 강하다.

 25년 연상 부인과의 이색 러브스토리도 화제다. 마크롱은 15세이던 10학년 때 프랑스어 교사인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트로뉴의 세 자녀 중 한 명이 마크롱과 같은 반이었다. 트로뉴는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마크롱과 재혼했다. 마크롱은 의붓손자만 7명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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