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첫번째 대결서 ‘두목’ 잡은 후배 이종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6일 05시 45분


모비스 이종현(왼쪽)이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오리온과의 홈경기 도중 이승현의 수비 위로 훅슛을 시도하고 있다. 둘은 이날 프로무대 첫 맞대결을 펼쳤다. 사진제공 | KBL
모비스 이종현(왼쪽)이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오리온과의 홈경기 도중 이승현의 수비 위로 훅슛을 시도하고 있다. 둘은 이날 프로무대 첫 맞대결을 펼쳤다. 사진제공 | KBL
오리온전 7점·12R…이승현과 골밑싸움 판정승
이종현 “승현이 형 몸이 100% 아니었다” 겸손


모비스-오리온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5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5일 울산 동천체육관. 이 경기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모비스 이종현(23·203cm)과 201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오리온 이승현(25·197cm)의 첫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경기 시작에 앞서 중계방송사에서도 둘을 함께 인터뷰하는 등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뒤따랐다.

고려대 선후배인 둘은 친분을 자랑하듯, 경기 시작에 앞서 따로 만나 사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다. 맞대결은 일단 접어뒀다. 이날 이종현은 23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승현은 주머니에서 음료수를 꺼내들며 “편의점밖에 없더라. 이것밖에 못 사왔어”라고 말했다. 이종현은 이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둘은 나중에 따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조율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트 위에선 양보가 없었다. 나란히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돼 경기에 출전한 둘은 서로를 막아야 했다. 경기 시작 직후부터 부딪혔다. 공격을 시도하는 이종현을 이승현이 가로막았다. 이승현은 발목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파울을 지적 받았다. 2번째 격돌은 선배의 승리였다. 이승현이 힘에서 밀리지 않자, 볼을 잡아 돌아서며 패스를 시도하던 이종현은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렇게 둘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주 충돌했다. 첫 득점은 이승현의 몫이었다. 이승현은 이종현이 잠시 다른 선수를 맡는 사이에 1대1 돌파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동생도 지지 않았다. 1쿼터 3분여쯤 이승현이 골밑으로 밀고 들어오자, 힘으로 버티며 선배의 실책을 유도해냈다.

모비스 이종현. 사진제공|모비스
모비스 이종현. 사진제공|모비스

최종 승자는 이종현이었다. 이종현은 이날 34분37초를 뛰며 7점·12리바운드·6어시스트·5블록슛·2스틸 등 전천후로 활약했다. 팀의 73-61 승리에 주춧돌 역할을 했다. 반면 이승현은 32분10초간 5점·7리바운드·3어시스트·1블록슛·1스틸을 기록했다. 팀의 승패와 개인기록에서 모두 이종현이 앞섰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직후 “두목 잡으러 가겠다”며 이승현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던 이종현이 첫 만남에서 웃었다.

이종현은 경기 후 “내가 아닌 팀의 승리다. (이)승현이 형의 몸이 100%가 아니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울러 “승현이 형이 발목이 아직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빨리 형이 다 나아서 코트 위에서 멋지게 만나고 싶다”며 선배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이어 “경기 전 승현이 형이 생일선물로 음료수를 줬다. 좋은 선배라 나중에 또 챙겨주지 않을까 싶다”며 제대로 된 생일선물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프로무대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이종현은 “대학 때는 생일이 비시즌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시기라 늘 힘들었다. 프로에선 경기를 하는 도중이라 덜 힘들었다”며 “오늘 아침 숙소에서 미역국이 나와 놀랐다. 많은 분들이 배려해주셔서 기분 좋은 생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울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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