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스퍼트, ‘안이함과의 싸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6일 05시 30분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 쏟는다. 사냥감이 약하다고 얕본 대가는 그날 끼니를 굶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OK저축은행전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대한항공은 단독 선두 팀이었고, OK저축은행은 승점이 거의 40점 가까이 떨어지는 꼴찌팀이었다. 게다가 OK저축은행은 불과 이틀 전인 3일 한국전력전에서 풀세트 총력전을 벌여 8연패를 끊느라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토종 주 공격수 송명근마저 시즌아웃 상태였다. 반면 대한항공은 모든 것이 베스트였다.

그러나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2분만 정신을 딴 데 팔아도 모른다”고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선수들은 좋은 흐름에서 1점 정도는 줘도 될 듯싶은 상황에서도 매 순간 허슬플레이로 몸을 날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대한항공 선수단은 눈빛과 기세부터 OK저축은행을 압도했다.

대한항공의 세트스코어 3-0(25-18 25-19 25-20) 압승은 전력 차이를 넘어 이기려는 의지에서 갈렸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는 코트에서 뛰는 모든 선수를 득점 자원으로 활용하는 배분으로 OK저축은행 블로커 라인을 무력화시켰다. 가스파리니(18득점), 김학민(13득점), 정지석(13득점)이 나란히 서브로만 2점씩을 내는 등, 대한항공은 서브에이스만 8점이었다. 단 한번도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 이번 시즌 OK저축은행전 5전 전승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로써 대한한공은 19승(8패)에 도달했고, 승점은 56점이 됐다. 2위 현대캐피탈(49점)을 7점 앞선다.

그러나 승리 직후 박 감독은 안도보다 더 고삐를 죄었다. “앞으로 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대한항공은 9일 천안 원정을 떠나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을 시작으로, 14일 한국전력을 만난다. 그리고 하루만 쉬고 16일 우리카드와 대결한다. 4강권 팀들과의 일전이 연달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마지막 6라운드까지 가봐야 순위가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의 의지를 믿었다. 이제 8부 능선을 넘은 대한항공이 오히려 가속도를 더 내고 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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