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물건 사는 재미… ‘매력 소비’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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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다음소프트 ‘2017 소비 트렌드 변화’ 분석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트렌드 예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7년을 관통할 소비 트렌드 변화를 살펴봤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력 소비’다. 쓸모보다 매력을 좇는 사람들, 의무보다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DBR 217호(2017년 1월 2호) 스페셜 리포트로 실린 2017년 소비 트렌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야쿠르트 아줌마의 부상

 매력 소비의 대표적 예로 ‘야쿠르트 아줌마’를 들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야쿠르트의 아줌마 찾기 앱인 ‘하이프레시(hyFresh)’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지난해 말 13만 건을 돌파했다. 2016년에만 8만 건이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다.

  ‘하이프레시’ 앱 다운로드 수 증가는 한국야쿠르트가 내놓은 ‘콜드브루’의 인기와 관련이 있다. 실제 콜드브루 출시 전인 2016년 2월 650건에 불과하던 앱 다운로드 수는 출시 이후인 3월 2972건을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6796건을 기록했고 8월엔 1만7157건까지 치솟았다. 앱 다운로드 수가 크게 늘면서 모바일을 포함한 작년 온라인 매출도 전년 대비 137% 증가한 41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이프레시의 성장세가 비단 커피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콜드브루 커피를 사기 위해 야쿠르트 아줌마를 앱을 통해 찾고 만나는 과정이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야쿠르트는 콜드브루를 출시하면서 초기 해당 제품의 유통에 야쿠르트 아줌마를 적극 활용했다. 제품을 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판매한 것. 콜드브루를 맛보고 싶은 소비자들은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야 했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앱 다운로드 수가 증가했다. 실제 콜드브루 출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언급은 2015년 대비 222% 증가하기도 했다.

 앱을 통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쫓아가 아줌마를 만나는 과정에서 재미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콜드브루를 구매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됐다. 여기에 45년 전통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고객 대면 노하우가 결합하면서 콜드브루를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고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또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면서 한국야쿠르트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 소유가 아닌 순간의 즐거움을 소비하는 ‘인생샷’

 소셜미디어에서 201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 키워드가 바로 ‘인생샷’이다. 2016년 여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휴가 인증 사진에서 눈에 띄게 등장했던 아이템은 화려한 색감의 ‘라이더 튜브’였다. 라이더 튜브는 일반적인 원형이나 판형의 튜브가 아닌 플라밍고(홍학), 돌고래, 유니콘 등 다양한 동물이나 과일 모양을 한 튜브다. 특히 사진이 잘 나오는 디자인과 색상을 갖춰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호주의 물놀이 전문회사에서 출시한 원조 제품의 국내 판매가가 10만 원 수준이고, 유사 제품들이 절반가로 나오긴 했지만 튜브에 바람을 넣을 에어펌프까지 구매해야 하므로 가격 부담이 작지 않다. 비용 부담도 있지만 해외 여행지까지 부피가 큰 튜브와 에어펌프를 들고 가야 하고, 힘들게 바람을 넣고 빼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주 고객층인 20, 30대 여성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멋진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옷을 입고 여행을 즐기는 코스튬 투어도 유행이다. 창경궁, 삼청동, 전주한옥마을 등에서 색동 한복을 입고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헤어까지 연출한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한복을 대여해 입거나, 연인과 함께 세트로 대여해 입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찍은 사진을 올린다. 우리가 이토록 한 컷의 사진 찍기에 몰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반복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 앞에 놓인 지금, 내가 느끼는 지금의 욕망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 그것이 2017년의 트렌드다.

 현실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고픈 욕망이 늘어나면서 ‘인생샷’ 한 컷을 남기기 위해 배경이 될 특색 있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대여하는 소비행위가 당연시되고 있다. 심지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진이 남느냐가 됐다. 주객이 전도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인생사진을 찍고 싶은 여행지를 먼저 정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 취미를 위한 소비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의 대중화도 매력 소비의 한 단면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나 예능 출연 동영상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는 대학생, 책상 위 모니터 배경화면을 에반게리온 이미지로 도배해두고 책상 위에 피규어를 전시해 둔 회사원이 이제는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끊임없이 소비하고 즐기는 것이다.

 덕질의 기본은 자랑하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덕질 그 자체가 아니라 덕질의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덕질 대상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추억을 쌓고, 그 추억을 자랑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덕질, 자랑할 만한 덕질이 된다.

 최근 많은 기업이 ‘덕후’를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진정 덕후를 타깃으로 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들이 그 제품에서 모종의 경험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특별한 도전과제나 한정 패키지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그들이 얻는 성취감과 가치를 자신의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들이 제품에 부여하는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특별한 덕질 경험의 인증으로 이어져 더 많은 덕후들에게 노출될 것이다.

백경혜 다음소프트 연구원 100kh@daumsoft.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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