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거 아닙니다… 식품업계 대표 브랜드, 패션-뷰티 분야로 영역 확대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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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티셔츠-가방으로 변신… 바나나맛 우유는 로션으로 재탄생
“어, 이게 뭐야” 호기심 끌기 성공
친숙한 브랜드로 이종산업 진입 장벽 낮춰

식품업계 대표 브랜드가 패션·뷰티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초코파이 티셔츠(맨위), 하루야채 마스크팩(가운데), 바나나맛우유 보디워시 제품(맨아래) 등이 대표적이다. 각 사 제공
식품업계 대표 브랜드가 패션·뷰티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초코파이 티셔츠(맨위), 하루야채 마스크팩(가운데), 바나나맛우유 보디워시 제품(맨아래) 등이 대표적이다. 각 사 제공
  ‘바나나맛우유 로션, 초코파이 티셔츠?’

 포장만 보고 집어 들었다가 ‘반전’을 만난다. 식품업계 대표 브랜드가 패션이나 화장품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익숙한 포장에 색다른 내용물이 담긴 재미에 제품이 매진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체된 식품업계가 활로를 찾아 나서면서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푸드메틱(푸드와 코스메틱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 바나나맛 우유 용기에 담은 로션

 가장 먼저 인기몰이에 성공한 곳은 빙그레다. 지난해 11월 올리브영과 협업해 ‘바나나맛우유’ ‘딸기맛우유’ 브랜드로 화장품 11종을 내놨다. 특유의 노란색, 분홍색 단지 모양 용기에 보디로션, 핸드크림, 립밤을 담았다.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열흘 만에 초도물량 2만 개가 매진됐다. 현재까지 약 30만 개가 팔렸다. 올리브영은 당초 60여 곳으로 시작했던 제품 판매 매장을 전국 700여 곳으로 늘렸다.

 한국야쿠르트도 야채 주스 브랜드인 ‘하루야채’를 활용해 지난달 23일 ‘하루야채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기존 주스 제품에 쓰이던 오이, 사과, 포도 등 채소·과일의 추출물을 넣고 주스 용기 모양도 그대로 포장에 적용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이미 유산균 마스크팩 시제품을 개발한 바 있다. 6년 만에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다시 마스크팩 시장에 도전한 셈이다. 회사 측은 “설 연휴가 끼여 있어 홍보가 부진했는데도 열흘 만에 초도물량 6만 세트 중 절반가량이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3일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손잡고 ‘초코파이 情 한정판 컬렉션’을 내놨다. 초코파이와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첫 사례다. 초코파이를 한입 베어 물어 마시멜로와 초코 층이 드러난 이미지를 티셔츠와 에코백, 스마트폰 커버 등에 새겼다.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겨냥해 연인 간 선물로 집중 홍보하고 있다. 출시된 지 43년째인 초코파이에 새로운 이미지를 입힌다는 계획이다.

○ 유사 고객층 겨냥해 브랜드 확대

 해외에선 이미 식품 브랜드의 패션·뷰티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코카콜라 로고와 병 디자인, M&M 초코볼, 츄파춥스 막대사탕 등은 티셔츠, 신발, 화장품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의류 48종과 가방, 우산 등 상품 20여 종을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식품 기업들이 패션·뷰티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는 건 유사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쉽기 때문이다. 1일분 야채 주스를 자주 사먹는 소비자는 피부 미용이나 건강에 관심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바나나맛우유의 주된 소비층은 단지 모양 용기 디자인에 친숙하고 젊은 연령대일 확률이 크다. 경영학에선 유사한 고객층을 겨냥해 브랜드를 기존 분야(식품)에서 더 넓은 분야(라이프스타일)로 확대하는 전략을 ‘브랜드 익스텐션(brand extention)’이라고 부른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음료 기업들이 기존 브랜드를 확대해 이종 상품을 내놓는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젊은’ 등의 자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초코파이#티셔츠#가방#패션#뷰티#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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