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희정 약진… 그가 보여줘야 할 진정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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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2%)에 이어 2위(10%)에 올랐다. 한 달 전 조사보다 7%포인트나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퇴장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안 지사의 부상은 중도보수층과 충청권 유권자의 표심 이동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길 잃은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안 지사를 대안으로 보기 시작했을 수 있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같은 친노(친노무현)임에도 안 지사는 ‘기득권 세력 청산’을 외치는 문 전 대표에 비해 안정감을 추구한다.

 안 지사는 무엇보다 보수층이 가장 중시하는 안보 현안에서 다른 야권 주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한미 군사동맹에 의해 합의된 바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에서도 “정부 주도형 시장 개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차별성을 보였다. 도백으로서의 행정경험과 조직관리 능력도 큰 자산이다.

 그러나 그에겐 ‘친노 폐족(廢族)’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게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30대 후반에 “집권당 사무총장을 하고 싶다”던 지나친 자신감이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옥살이까지 했던 전력 때문이다. 그는 “젊은 시절 화염병과 짱돌을 들고 싸워 봤으나 싸우는 정치로는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비타협적 투사’에서 ‘균형감 있는 정치인’으로의 갑작스러운 변신은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면 새누리당과도 연정(聯政)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보수층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한 ‘전술적 우클릭’ 아니냐는 시선이 없지 않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안 지사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정치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 진정성이 중도보수층의 마음까지 파고들어 ‘안희정 현상’을 일으켜야만 1차 관문인 민주당 경선 통과가 가능하다. 편 가르기, 패권주의와는 차별화된 정치인이 될 때 국민은 신뢰를 줄 것이다.
#안희정#대선주자 지지율#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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