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모바일 칼럼]황교안 대행의 연막 피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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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동아일보 DB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동아일보 DB
단도직입으로 말한다. 황교안 대행은 이번 대선에는 출마 안 한다. 아니 '못 한다'가 맞다. 친구인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이 핵심을 찔렀다. "황교안은 출마할 만큼 머리가 나쁘지 않다." 역시 노회찬이다. 경기고 동기인지라 학생회장(학도호국단 대대장)을 한 황교안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나도 똑 같은 생각이다.

먼저 담마진인지 이름도 고약한 피부병으로 두세 차례 병역 입소를 연기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면제판정을 받은 것부터 고약하다. 만약 황교안이 이번 대선에서 방황하는 보수 표심을 자극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고약한 일이다. 병역의무를 이런 저런 이유로 필하지 않은 사람이 연속으로 3명이나 대통령, 아니 군통수권자가 되는 것이 정의에 맞는 일인가. 나부터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MB는 극빈과 건강상의 이유로, 현 대통령이야 여성이니 그렇다 쳐도 황교안까지 대통령이 된다면 군대 갔다 온 많은 젊은이들이 분노할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에게 표를 찍을 것이니 황교안이 대통령 될 일도 없다. 반기문은 스스로 주저앉아도 10년 유엔사무총장으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치켜세워준 공적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황교안은 주변 지인들과 광장 태극기의 압력에 밀려 무책임하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꼽배기 권한대행을 헌정사상 최초로 만들어 놓고도 대통령에 낙선하면 그 치욕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이런 사실을 머리 좋은 황교안이 모를 리 없다.

그래도 그의 NCND(부정도 긍정도 않는 것)를 나는 이해한다. 공무원들이 한시적인 권한대행의 말은 잘 듣지 않고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거나 공공연히 야당의 유력주자 등에게 줄서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교안이 끝까지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나는 황 대행과 깊은 인연이 있다. 28년 전 처음 법조기자로 나갔을 때 그는 서울지검 공안2부의 검사였다. 3선의 최병국 전 의원이 부장검사였고, 황 대행은 끝에서 두 번째의 평검사 신분이었다. 그런 그가 30년도 되지 않아 법무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것은 참 대단한 성취다. 그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인데 무리를 해서 낙마하면 치욕을 당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국무총리로 낙점받기 사흘 전 나는 그를 인터뷰했다.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끈질기게 묻고, 인터뷰 이틀 후 다시 전화를 걸어 내가 입수한 국무총리 낙점 정보를 확인해보려 애썼으나 그는 끝내 함구하고 마지막엔 NCND로 말을 흐렸던 기억이 난다. 몇 달 전 그와 고교 동문관계인 원로 방송인이 1년 전 쓴 '황교안 대망론' 비슷한 글이 나의 경남고교 유력인사 100여명이 드나드는 카톡방에 오른 것을 봤다. 그래서 황 대행(당시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권 생각이 있는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최국장이 나를 모릅니까. 나는 그런 것 안 합니다"며 웃어넘겼다. 그 후에도 두어 차례 불출마 다짐 비숫한 말을 그에게서 들었다.

나는 그가 권한대행을 잘 마치고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안위를 잘 관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옷을 벗은 뒤에는 독실한 크리스찬(장로)으로서 기도와 선교에 힘을 쏟고 즐기는 색스폰 연주도 이따금 하면서 돈벌이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변호사로서 살아가길 바란다. 그는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3년짜리 대통령이 물러나는 2020년 대선에선 그가 어떻게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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