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스키장 눈은 ‘딱딱’, 일본 동부 눈은 ‘보송’…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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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질 결정하는 기온과 습도의 비밀

스키어가 국내 스키장에서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는 모습. 국내 스키장은 인공설을 다져 만들기 때문에 설질이 매우 단단하다. 단단한 설질에선 빠른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키나 스노보드를 속도감있게 즐길 수 있다. 동아일보DB
스키어가 국내 스키장에서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는 모습. 국내 스키장은 인공설을 다져 만들기 때문에 설질이 매우 단단하다. 단단한 설질에선 빠른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키나 스노보드를 속도감있게 즐길 수 있다. 동아일보DB
 설 연휴 사이 대설특보가 내려지는 등 눈이 많이 내렸다. 스키장이 몰려 있는 강원 지역은 이 시기 강설량이 30cm에 달해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덮였다. 전국이 저기압의 영향을 받다가 중국 북부 지방에서 남하한 고기압과 부딪치며 눈을 뿌린 것이다. 겨울이 한창이라 스키, 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 동호인들의 환호성도 덩달아 커졌다. 스키장의 설질이 한층 좋아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 눈의 질은 ‘공기량’ ‘습도’에 영향

 눈은 수증기가 얼어붙어 결정으로 성장한 것이라 공기를 머금고 있다. 이 공기 함량이 설질을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공기 함량이 높으면 부드러운 눈이 되고, 낮을수록 딱딱한 ‘강설’이 된다.

 국내 스키장은 인공설에 의지하고 있어 대부분 강설이다. 인공설은 미세한 물 입자를 허공에 뿌려 얼리는 것이라 결정이 성장할 시간이 거의 없어 공기 함량도 낮다. 이런 눈은 설면이 단단해 스키가 잘 튀어 오른다.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어 날렵한 감각으로 스키를 탈 수 있다. 만약 적당히 공기를 머금은 자연설이 내려 인공설과 섞이면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에 최상의 환경이 된다. 눈 표면이 적당히 부드러워져 스키 양옆에 붙은 날(에지)이 눈 속으로 더 쉽게 파고들기 때문에 스키 타기가 쉬워진다.

 두 번째 조건은 눈 속의 습도다. 습도가 높을수록 질척하고 부드러운 눈, 낮을수록 단단한 눈이 된다. 이 때문에 스키를 타는 당일의 날씨 역시 설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추운 날은 스키장 바닥에 쌓인 눈 속 수분이 얼어붙어 다시 딱딱한 강설로 바뀐다. 반대로 날이 따뜻하면 눈이 녹아 질척질척한 습설로 바뀐다.

 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면 스키어들에겐 최악의 환경이 된다. 스키장에 쌓인 눈이 녹았다 다시 얼어붙어 빙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흔히 ‘설탕밭’이라고 부르는 설질로 바뀌기도 한다. 눈이 아니라 작은 얼음알갱이가 쌓인 것과 다를 바 없어 스키, 스노보드 동호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형태다.

○ 자연설이라고 다 부드럽지는 않아

 자연설은 보통 인공설보다 공기 함량이 높아 부드럽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주 춥고 건조한 날은 눈 결정이 성장하지 못하고 빠르게 얼어붙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 스키를 타보면 체감할 수 있다. 일본 동부 지역, 우리나라 강원 지역은 공기를 많이 머금은 커다란 눈송이가 자주 내린다. 이런 눈 위에서 스키를 타면 보송보송한 느낌이 든다. 이에 비해 러시아, 중국, 일본 홋카이도 일부 지역 스키장은 매우 추운 기후 때문에 입자가 작은 눈이 내린다. 이런 눈을 다져놓으면 인공설처럼 단단한 설질을 느낄 수 있다.

 해외에는 자연설이 그대로 쌓여 있는 스키장이 많다. 산속에 쌓여 있는 눈을 헤치며 스키를 타는 것으로 흔히 ‘파우더를 타러 간다’고 말하는 경우다. 활강 코스를 벗어나 스키를 탄다는 의미로 ‘오프 피스트(Off-piste)’ 스키라고도 부른다.

 파우더에서 스키를 탈 때도 설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본 중부 지역 눈은 공기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눈이 무겁고, 푹푹 꺼지는 데다 쉽게 스키 바닥에 달라붙는다. 반대로 러시아 지역 자연설은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회전을 하면 가루처럼 흩날린다. 해외 스키 여행 전문가인 김대승 투어앤스키 사장은 “나라별로 다른 설질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해외 스키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추우면 바늘형, 따뜻하면 육각형

 흔히 눈송이는 육각형 구조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눈이 그렇지는 않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만들어지는 눈 결정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늘형, 기둥형, 장구형, 콩알형, 별형 등 상세히 나누면 3000종이 넘는 형태가 있다. 날이 춥고 건조할수록 바늘 모양에 가까워지고, 영하 몇 도 정도의 적당한 기온에선 정육각형에 가까워진다.

 물론 인공설은 이 조건에서 예외다. 인공설은 좁은 노즐에서 물을 뿜어내기 때문에 부피가 갑자기 늘어나며 가지고 있던 열을 순식간에 빼앗겨 한순간에 얼어붙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습도만 낮으면 영상 2∼3도에도 눈을 만들 수 있다. 또 제빙기 원리를 이용한, 얼음을 얼린 다음 곱게 갈아 쏟아내는 제설장비를 이용하면 기온과 관계없이 어느 때나 눈을 만들 수도 있다.

도움말=정욱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온도센터장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강원도 스키장#일본 동부 눈#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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