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출 ‘1조 클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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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무기로 쑥쑥 크는 창고형 마트
작년 성장률 25%, 6년연속 두자릿수↑

이마트의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는 창고처럼 물건을 묶어 쌓아놓고 팔지만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의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는 창고처럼 물건을 묶어 쌓아놓고 팔지만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제공
 2006년 한국 유통업계는 승리감이 넘쳤다. 세계적인 대형 마트 기업인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가 잇달아 한국시장에서의 패배를 선언하고 시장을 떠났다. 당시 업계는 “월마트나 까르푸가 백화점식 고급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한국 소비자와 시장이 변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성장의 한계에 이른 사이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낮춘 창고형 마트가 고속 성장 중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제 고급 서비스나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가격이 저렴하고 물건이 괜찮으면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저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가격 비교에 익숙해진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 이마트 트레이더스 1조 원 돌파

 창고형 마트는 미국계 코스트코가 주도하는 가운데 2010년 이마트, 2012년 롯데마트가 뛰어들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일 이마트는 자사 창고형 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이 1조2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0년 경기 용인시에서 구성동 일대에 첫 매장을 연 뒤 6년 만에 1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마트는 무엇보다 트레이더스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25.4%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 중이다. 올해 대형 마트를 신설할 계획은 없지만 트레이더스는 올해 3곳(경기 고양, 김포, 군포)이나 문을 연다. 현재 11개인 점포를 2023년까지 50개 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13개 점포를 운영 중인 1위 코스트코 역시 지난해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매출이 3조5004억 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9.4% 올랐다. 5개 점포를 갖춘 롯데마트의 빅마켓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3.8% 증가하는 등 2012년부터 출범 원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창고형 마트의 장점은 자주 쓰는 물건을 묶음으로 파는 방식으로 가격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기존 대형 마트에는 물건 종류가 6만, 7만여 가지에 이르지만 창고형 마트에는 4000여 가지밖에 없다. 그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이마트에서 신라면 5개짜리 한 묶음을 3380원(개당 676원)에 판다면 트레이더스에서는 30개짜리 묶음을 1만7480원(개당 583원)에 판다.

○ 코스트코 vs 이마트 경쟁 치열 전망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 수는 올해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넘겠지만 점포당 매출은 아직 코스트코가 트레이더스보다 3배가량 높다.

 코스트코는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가 입소문이 나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도 이에 맞서기 위해 ‘트레이더스 딜’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고, 저렴한 수입 제품으로 전체 상품의 절반을 채웠다. 연회비가 없는 것도 트레이더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트레이더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더스 조직은 ‘담당’에서 ‘본부’로 격상됐다. 트레이더스의 출범부터 조직을 이끌었던 노재악 상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내년 중순에는 코스트코의 알짜 매장인 서울 양평점, 대구점, 대전점의 원래 ‘건물주’인 신세계그룹이 계약 만료에 따라 점포 운영권을 도로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래 신세계그룹이 1994년부터 ‘프라이스 클럽’으로 운영하다 외환위기 때 코스트코 측에 넘긴 점포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마트 트레이더스#매출#창고형 마트#가성비#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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