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③] ‘생활’ 속으로 파고든 예능프로그램

예능계에서는 시청자와 함께 ‘생활’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실제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정환은 MBC ‘미래일기’를 통해 노후를 체험했다. 사진제공｜MBC

대중문화계는 지금, ‘시간여행’ 중이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타입슬립’(Time Slip) 소재가 유행하고 있고, 영화의 시곗바늘은 1980년대 등 과거로 맞춰져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판타지’로 비치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대중은 시공간을 초월해 펼쳐지는 또 다른 ‘현실’에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으려 하는 게 아닐까.

과도한 억지설정은 자제
시간여행으로 감동 선물
‘미래일기’ ‘구라차차’ 색다른 재미

예능프로그램의 ‘시간여행’은 오히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일어난 일과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폭넓은 공감을 얻는다. 시청자의 일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접근방식으로 관심과 시선을 모으는 장점을 발휘한다.

시즌2를 논의 중인 MBC ‘미래일기’는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기획됐다. 성별, 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인생을 살며 자신의 노년을 궁금해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난해 설 파일럿으로 선보이고 호평을 받아 9월 정규 편성됐다. 당시 강성연, 제시, 안정환 등은 지금과는 달리 화려함이 덜한 삶을 미리 살아보며 지난 시간을 후회하면서도 깨달음을 얻어 감동을 안겼다.

이번 설 파일럿으로 선보인 SBS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와 1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내게 남은 48시간’은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활용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와, 생을 마감했다는 가정 아래 출연자가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는 등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이처럼 예능프로그램은 시간을 뛰어넘거나 되돌이키면서도 억지스럽거나 자극적인 접근은 배제했다. 생사 등 사람의 일생을 그리면서 과도한 연출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과거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지난달 19일 방송을 시작한 이승연 진행의 케이블채널 KBS드라마 ‘타임슬립 연예사 주간TV’는 1980년대 이후 연예뉴스를 다룬다. 26일 이승연은 과거 가수 김건모와 엮인 황당했던 열애설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지난해 추석 소개된 파일럿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은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을 체험하고 당시 자신을 추억하는 콘셉트. 차태현은 어린시절 탔던 부모의 차를 직접 운전하고, 방탄소년단 랩몬스터는 토큰을 엽전으로 착각하는 등 과거 생활상에 맞닥뜨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안겼다.

‘미래일기’의 박정규 책임프로듀서는 2일 “예능프로그램의 시간 소재 활용은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조금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포맷의 시도를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