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②] 실화소재 영화들, 1980년대로 관객 초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3일 06시 57분


스크린은 1980년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격렬했던 시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사진은 송강호 주연 ‘택시운전사’와 ‘임을 위한 행진곡’(아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무당벌레필름
스크린은 1980년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격렬했던 시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사진은 송강호 주연 ‘택시운전사’와 ‘임을 위한 행진곡’(아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무당벌레필름
대중문화계는 지금, ‘시간여행’ 중이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타입슬립’(Time Slip) 소재가 유행하고 있고, 영화의 시곗바늘은 1980년대 등 과거로 맞춰져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판타지’로 비치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대중은 시공간을 초월해 펼쳐지는 또 다른 ‘현실’에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으려 하는 게 아닐까.

‘택시운전사’, 40∼50대 관객에게 향수
‘서울’, 88올림픽 유치 고군분투 이야기


스크린의 시선은 1980년대로 향하고 있다. 단지 현대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머물지 않고 당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객에게 시간여행의 체험을 안겨준다.

송강호의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김윤석과 하정우·강동원의 ‘1987’, ‘서울’,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그 시대로 관객을 이끈다. 모두 실화 소재인 점도 같다.

개봉을 준비 중인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독일 사진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평범한 택시기사의 이야기. 그의 눈에 비친 광주를 담는다. 곧 촬영을 시작하는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은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이 소재다. 등장인물 대부분 실존인물을 차용했을 만큼 현실감이 상당하다.

극적인 시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격렬한 민주화 과정을 담은 ‘1987’은 각 인물의 고뇌와 갈등, 신념에 집중한다. ‘인간애’와 ‘사랑’이라는 불멸의 킬러콘텐츠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영리한 선택 덕에 현재 관객과 공감대 형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택시운전사’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극장 핵심 관객층으로 부상한 40대는 물론이고 1980년대에 태어난 30대 관객의 기억에도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어렴풋이 남아 있다”며 “그 향수와 기억을 향한 관객의 관심이 제작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감독 김준성·제작 로드픽쳐스)로도 이어진다. 88올림픽 서울 유치를 위해 세계를 무대로 고군분투한 두 공무원의 도전을 그린다. 1981년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배경만 과거일 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입해도 그대로 이해될 만하다.

한편에서는 1980년대를 다룬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이유로 영화 창작자들의 ‘경험’을 지목하기도 한다. 촬영이 진행 중인 ‘임을 위한 행진곡’(제작 무당벌레필름)도 이에 해당된다. 박기복 감독은 광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했다. 영화는 당시 의문사한 아빠와 남겨진 그 딸의 이야기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시대에 주목하기 마련”이라며 “지금의 40∼50대에게 1980년대는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상처와 기억을 남긴 시대”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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