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교황청도 트럼프의 ‘反이민 행정명령’ 철회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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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일(현지 시간)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테러리스트의 침입을 막고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며 철회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열렸던 아프리카연합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보고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런 조치(행정명령)들은 조속히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를 보호하는 데도 최선의 방법도 아니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출신으로 '유엔 내 대표적인 난민 전문가'로 꼽히는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시리아 등의) 난민을 (미국 같은 안전한 나라에) 재정착시키는 건 여러 측면에서 난민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정교한 테러집단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약 미국 같은 나라에 공격을 시도한다면 (행정명령 대상이 된) 내전국가들의 여권을 가진 국민들을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선진화되고 믿을 만한 나라들의 여권 소지자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마교황청의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도 1일 가톨릭방송과의 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합할 것을 강조해 왔다.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야지, 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며 행정명령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베치우 대주교는 교황청 서열 3위인 국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제나 부시 헤이거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아버지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워싱턴의 이슬람센터에서 '테러의 얼굴은 이슬람의 진정한 신념이 아니다. 이슬람은 평화'라고 역설했다"고 소개했다. 헤이거는 "우리 아이들에게 모든 인종과 종교의 수용과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아버지 연설문을 발췌해 올린다"며 "(무슬림 7개국에 대한 행정명령이 내려진) 미국은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신석호 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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