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 대응 미흡하면 항공사가 과징금 내라?…해외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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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미국 팝가수 리처드 막스의 이름을 넣어보면 연관 검색어로 엉뚱한 국내 중소기업 이름이 같이 뜬다. 지난해 연말 기내에서 '만취 난동'을 부린 승객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다. 당시 리처드 막스가 승무원을 도와 소동을 잠재우는데 일조하고, 그 내용을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기내 난동이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후 실효성을 띈 기내 난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항공사 모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난동 대응책들이 기내 난동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항공사들의 자구적인 노력에만 기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내 놓은 기내 난동 대응 강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응의 신속성 확보와 강화. 기내에서 중대한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승무원의 경고장 제시 등 사전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제압, 구금하도록 한 것. 그리고 승객과 승무원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었던 테이저건의 사용 절차와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둘째, 항공사에 대한 벌칙 조항 강화. 정부는 만약 기내 난동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항공사에게는 1억~2억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항공보안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두 번째 조항이다. 기내 난동으로 실질적 피해를 보는 것은 항공사인데, 오히려 이로 인한 벌칙 조항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내 난동에 대한 정의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일 수 있는 항공사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해석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둑맞은 집 주인에게 '도둑맞았으니 벌금을 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승객 또는 승무원 폭행, 승무원 업무방해, 음주 후 위해, 조종실 진입 기도, 출입문 또는 탈출구 등의 기기 조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담지 못하고 있어,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자칫 항공사에 과징금을 물리기 위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우려다. 항공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승무원의 구두 경고나 설득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기내 난동을 멈추었다고 가정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반대로 바라봐야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 스스로 문제를 해결토록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기내 난동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근본적인 기내 난동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항공보안법 23조 및 50조에 따르면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음주나 약물 복용으로 인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 등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흡연이나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등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기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가중 처벌을 해야 하는 데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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