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래기’ 나선 아베, “미국내 일자리 만드는 방안 제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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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조작 자동차 등을 거론하며 연일 일본을 공격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재무관을 파견하고 대규모 미국 인프라 투자 방침을 밝히는 등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일본공적연금(GPIF)이 미국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줄기차게 외치는 트럼프에게 성의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 기업이 인프라 정비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GPIF가 사들이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GPIF는 현재 130조엔(약 133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5%까지는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해외 인프라 투자가 수백억 엔에 불과해 확대 여지가 크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의 환율조작 발언 등에 대응하고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할 방침이다. 먼저 실무 협의를 위해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관을 조만간 미국에 파견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또 경제통상·안보 등 광범위한 정책 협의를 위한 미일 장관급 협의체 설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재 검토 중인 안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을 중심으로 전략적 협의 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이 안이 합의될 경우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미국에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등이 멤버가 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양국 간에 여러 정책 분야를 포괄한 장관급 협의체를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가 언급한 환율조작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85년 주요국이 플라자합의로 엔화 강세를 유도한 후 버블이 붕괴하고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던 경험 때문이다.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은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주요 언론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일본은 엔고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2011년 가을이 마지막이었으며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것으로 이미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 예일대 명예교수는 1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경제학의 원칙에 어긋나는 플라자 합의 같은 걸 (다시) 하면 일본 경제도, 세계 경제도 파멸해 버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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