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는 어떻게 시청률 블랙홀이 됐나

  • 여성동아
  • 입력 2017년 2월 2일 1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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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정국 탓에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던 지난해 11월 초 방송을 시작해 얼마 전 27.6%(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가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도깨비〉에게 화제성 면에서는 밀렸을지 몰라도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하는 시청률은 방영 내내 단연 최고였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 이야기다. 믿고 보는 배우 한석규, 요즘 핫한 젊은 배우 유연석과 서현진 등이 등장했다고는 해도 현재 방영 중인 화제의 드라마 속 주인공인 전지현, 이민호, 공유 등과의 인지도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낭만닥터〉가 이토록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낭만닥터〉는 강원도 시골 마을에 자리한 돌담병원을 무대로, ‘서전계의 전설’이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거대병원에서 쫓겨난 김사부(한석규), 가난하고 힘이 없어 금수저 환자에게 수술이 밀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기억을 안고 사는 강동주(유연석), 교통사고로 애인을 떠나보낸 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윤서정(서현진) 등 외과의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의 외연은 메디컬 드라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은 시사성이 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낭만닥터〉는 단순히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의료 행위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시골의 돌담병원과 국내 최고의 거대병원 간의 대결 구도로 전개돼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들을 매료시켰다”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시청자들을 드라마 앞에 고정시키는 요인이 됐다. 군대 구타로 사망한 탈영병,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죽이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밥을 먹는 젊은 금수저와 그런 아들을 두둔하는 고위 공직자, 고 백남기 농민을 떠올리게 한 가짜 사망진단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보여준 메르스 파동 등이 드라마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에피소드들이다.

그중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견돼 병원 전체가 우왕좌왕할 때 김사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은 ‘리더십의 부재로 어지러운 시국을 역설적으로 그린 에피소드’로 해석되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성공과 출세도 좋지만 자나 깨나 환자 걱정뿐인 닥터 김사부를 보며 대리 만족했다는 시청자들이 많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김사부는 바로 우리가 꿈꾸는 리더, 이 시대에 필요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줬다. 성공을 위해 의사가 된 강동주가 김사부와 함께하며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을 대변했다”고 분석했다.
김사부를 대통령으로?!
김사부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시원한 ‘사이다’ 발언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요소였다. “내 주 종목은 사람 살리기다”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돼. 남 탓 그만하고 네 실력으로” “열심히 살려는 건 좋은데 못나게 살진 맙시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등의 대사는 이 시대의 부도덕한 지도층에게 들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돌담병원의 의사들은 저마다 조금씩 ‘하자’가 있지만 수술실에서 이들이 펼치는 완벽한 팀플레이는 보는 이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악의 축인 거대병원 도윤완 원장 역의 최진호 또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재미를 더했다. 강은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유인식 PD의 섬세한 연출, 이길복 촬영감독이 빚어낸 생동감 넘치는 영상도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낭만닥터〉는 막을 내렸지만 거짓과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한 김사부의 모습과 그가 남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는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기억될 듯하다.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낭만닥터 김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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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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