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지지했던 버핏, 트럼프 덕에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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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직후 14조원어치 주식 매입… ‘트럼프 랠리’로 7조원 넘는 수익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7·사진)과 함께 그의 고향 네브래스카 오마하 길거리에서 춤을 추겠다.”

 지난해 8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0)은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버핏 회장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하다가 이런 ‘이색 공약’을 내걸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클린턴 전 장관은 춤출 일이 없어졌지만, 버핏 회장은 혼자 조용히 어깨춤을 췄을 것 같다. 대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총 120억 달러(약 14조4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그는 이른바 ‘트럼프 랠리’ 덕분에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27일 한 토크쇼에 출연해 “우리(버크셔해서웨이)는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12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매수는) 많은 것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어떤 주식을 사들였는지, 대선 이후 발생한 총수익은 얼마인지 등을 밝히진 않았다. 미 언론은 “대선 직후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67억 달러(약 7조839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은 그 (수익) 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지 포천은 “대선 때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던 버핏 회장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이 이채롭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버핏 회장이 백악관 주인을 정하는 정치 투자(클린턴 전 장관)엔 실패했지만 (투자의 달인답게) 주식 투자에선 탁월한 감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버핏은 지난해 1∼9월 총 52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는데 대선 직후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그 2배 이상(120억 달러)을 주식에 투자했다. 2015년 한 해 동안의 주식 매입 규모도 100억 달러 정도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 규모는 총 1025억 달러(약 120조 원)였다고 포천은 전했다.

 버핏 회장은 대선 기간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미국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은 좋다”며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곤 했다. 그러나 한 토크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연평균 4% 경제성장’ 목표에 대해 “너무 높다. 2% 성장률로도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 납세 기록을 다 들고 갈 테니 트럼프 당신도 납세 자료 다 가지고 나와라. 언제 어디서라도 만나자. 그런 다음 함께 국민의 질문을 받자”고 공격하곤 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버핏#클린턴#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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