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국 반발에… 美, 反이민 예외조치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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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호주-캐나다 이중국적자 이어 이라크 미군통역사들도 면제조치
야당은 장관 인준 청문회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시행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뒤늦게 각종 예외 조항이 남발되면서 서슬 퍼렇던 제한조치가 헐거워지고 있다.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는 데다 적용 범위를 두고 혼란이 커지자 점차 물러서는 분위기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통역사, 번역가로 일하며 ‘특별이민비자’를 갖고 있는 이라크인에 대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해도 되며, 도착하면 면제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특별이민비자를 갖고 미군 통역사로 10여 년간 근무한 이라크인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19시간 억류됐다 풀려나는 등 친(親)미 성향이 뚜렷한 무슬림도 피해를 보자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7개 국민의 비자 발급을 90일간 중단하는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이들 국가와 또 다른 나라의 국적을 보유한 이중국적자까지 입국을 금지했지만 점차 우방국에 대한 면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호주 맬컴 턴불 총리는 지난달 31일 “입국 금지 7개국과 호주의 국적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는 이번 행정명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백악관이 알려왔다”며 “호주의 이중국적자는 자유롭게 미국을 여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의 이중국적자도 입국 제한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호주 ABC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프랑스 등에도 면제 조치를 하는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별적 면죄부는) 트럼프가 특정 국가만 편애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 전원 불참했다. 또 이날 예정됐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1일로 연기하며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정명령 드라이브에 대한 제동 걸기에 나섰다.

 국무부 외교관 및 직원 1000여 명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문서에 서명하며 반발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방정부의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며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를 자처하고 있다.

한기재 record@donga.com·황인찬 기자
#트럼프#반이민#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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