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성장 막는 유전자 83개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제 280개 연구컨소시엄 규명
유전자 변이로 제기능 못하게 하면 예상보다 1∼2cm 더 자랄수 있어… ‘맞춤형 의학’ 첫걸음 기대

 키와 관련한 유전 요소를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발견했다. 연구가 좀 더 진전되면 키를 더 자라게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등 280개 연구그룹으로 구성된 ‘자이언트(GIANT) 연구컨소시엄’ 국제 연구진은 사람의 키에 영향을 미치는 83개 유전자(DNA) 변이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성인 71만1428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유전자 25만 가지를 규명하고, 이 중 83개 유전자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장을 저해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못하면 유전 요인에 따른 예상보다 키가 1∼2cm 더 자랄 수 있다.

 연구진은 앞서 2014년에 2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 700개를 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1mm 정도의 미미한 영향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당시 연구 때보다 10배 이상 키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유전자들을 추려낸 셈이다.

 83개 유전자는 뼈와 연골의 발달, 성장 호르몬의 활성화에 관여하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금까지 골격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졌던 유전자들도 포함됐다. 또 32개 변이는 키에 2cm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0.1% 이하로 매우 낮다. 하지만 연구진은 향후 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만들면 어린이의 성장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STC2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 불활성화되면, 혈액에서 성장 인자를 자극해 키가 1∼2cm 더 자라게 된다. STC2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물을 만들면 키가 더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소는 DNA에 암호처럼 저장돼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성장 관련 유전자의 4분의 1 정도를 해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키 유전자 분석이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의학’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를 완벽히 유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향후 이 지식을 기반으로 심장병이나 암 질환을 예측하는 도구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노스 델루카스 영국 퀸메리대 교수는 “현재 연구를 더 확장해 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성장#키#유전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