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광고사 강탈’ 녹음파일 법정 공개
포레카 지분 뺏으려 기업대표 협박… 거부하자 자살한 성완종까지 거론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져요.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어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구속 기소)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의 사주를 받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기 위해 컴투게더 한모 대표(61)를 협박한 정황이 1일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의 공판에서 한 대표와 차 전 단장 측근들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검찰이 편집해 법정에서 튼 녹음 내용만 1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
송 전 원장은 2015년 6월 15일 한 대표에게 “윗선에서 볼 때 형님(한 대표)이 ‘양아치 짓’을 했고 전문적인 기업사냥꾼이라고 돼 있다”며 “막말로 ‘묻어 버려라’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들여보내 없애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가 “그런 말을 전달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송 전 원장은 “그런 건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한 대표가 계속 포레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같은 해 7월 3일 송 전 원장은 급기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을 언급하며 협박의 수위를 높였다. 송 전 원장은 “성완종은 수백 명한테 돈을 뿌리고 ‘자기 편’이라고 확답을 받았을 텐데도 한번 그렇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니까 그게 안 지켜졌다”고 말했다. 포레카 지분을 내놓지 않고 버티면 자살한 성 전 회장처럼 고립무원이 돼 망가질 수 있다고 겁을 준 것이다. 한 대표는 이처럼 지분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거세지자 차 전 단장 주변 인물과의 통화 및 대화를 녹음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파일은 한 대표가 2015년 말 부하 직원에게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쓸 일이 있을 것”이라며 맡겨 놓았던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콘텐츠진흥원장에 발탁된 과정도 털어놨다. 송 전 원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이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원장 공모 절차도 진행하기 전에 자리를 낙점 받은 것을 보며 이 사람들 뒤에 대단히 힘 있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포레카 지분을 빼앗으려는) 그들의 협박이 거짓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