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김우중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광고사 강탈’ 녹음파일 법정 공개
포레카 지분 뺏으려 기업대표 협박… 거부하자 자살한 성완종까지 거론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져요.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어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구속 기소)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의 사주를 받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기 위해 컴투게더 한모 대표(61)를 협박한 정황이 1일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의 공판에서 한 대표와 차 전 단장 측근들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검찰이 편집해 법정에서 튼 녹음 내용만 1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


 송 전 원장은 2015년 6월 15일 한 대표에게 “윗선에서 볼 때 형님(한 대표)이 ‘양아치 짓’을 했고 전문적인 기업사냥꾼이라고 돼 있다”며 “막말로 ‘묻어 버려라’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들여보내 없애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가 “그런 말을 전달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송 전 원장은 “그런 건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한 대표가 계속 포레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같은 해 7월 3일 송 전 원장은 급기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을 언급하며 협박의 수위를 높였다. 송 전 원장은 “성완종은 수백 명한테 돈을 뿌리고 ‘자기 편’이라고 확답을 받았을 텐데도 한번 그렇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니까 그게 안 지켜졌다”고 말했다. 포레카 지분을 내놓지 않고 버티면 자살한 성 전 회장처럼 고립무원이 돼 망가질 수 있다고 겁을 준 것이다. 한 대표는 이처럼 지분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거세지자 차 전 단장 주변 인물과의 통화 및 대화를 녹음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파일은 한 대표가 2015년 말 부하 직원에게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쓸 일이 있을 것”이라며 맡겨 놓았던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콘텐츠진흥원장에 발탁된 과정도 털어놨다. 송 전 원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이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원장 공모 절차도 진행하기 전에 자리를 낙점 받은 것을 보며 이 사람들 뒤에 대단히 힘 있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포레카 지분을 빼앗으려는) 그들의 협박이 거짓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송성각#김우중#최순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