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다크호스로 떠오른 안희정… 문재인 대세론 위협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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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지지율 상승세

안희정 “대한민국 바뀌어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세종시청에서 ‘세종시, 정치·행정수도 완성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안희정 “대한민국 바뀌어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세종시청에서 ‘세종시, 정치·행정수도 완성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설 연휴를 지나면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언급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3∼5%대 지지율에 머물렀던 안 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설 이후 여론조사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이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흥미로운 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갉아먹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안 지사의 힘은 50대의 젊음과 중도 합리주의 노선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 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한미 정부 간 합의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 보수 정권의 긍정적인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도 보수층의 시선을 끌고 있다. “차차기를 노리는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다”라며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게 정권 교체에는 공감하나 문 전 대표를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부동층에 일부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소통형 리더십도 젊은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5시간 동안 대본 없이 지지자들과 즉문즉답 형식으로 파격적 출마선언을 연출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젊은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켰다.

 안 지사가 지지율 15%를 넘길 경우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지원까지 이끌어내며 문 전 대표와 본격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비문 성향의 한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힘겨운 본선이지만, 안 지사가 후보가 되면 수월한 본선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4차 산업혁명 선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일 서울 꿈이룸학교에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4차 산업혁명 선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일 서울 꿈이룸학교에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보수 진영도 안 지사의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 ‘친문 패권주의’란 비판을 통해 보수층 결집을 꾀할 수 있지만,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꺾는 이변을 연출할 경우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박원호 교수는 “보수적인 충남에서 노인층의 지지까지 이끌어낸 안 지사의 정치력을 보수 세력이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력이 총동원되는 당내 경선의 특성상 안 지사가 결국 문재인 대세론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민주당 지방 순회 경선이 네 번밖에 없어 2002년 노풍 같은 ‘바람몰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안 지사는 2차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조는 ‘문재인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안 지사는 2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에 본인의 사진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에서 지지자들과 ‘즉문즉답식 공약 소통회’를 약 4차례 열 계획이다. 대선 공약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취지로, 문 전 대표가 대규모 싱크탱크(정책공간 국민성장)를 통해 공약 발표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된다. 대선캠프도 40대 실무진을 중심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문재인 캠프와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안희정#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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