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은근히 두터운 수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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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9단 ● 박정환 9단
1국 2보(15∼25)

  ‘알파고스러운’ 수는 둘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고가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한 바둑의 깊이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알파고스러움은 인간끼리의 바둑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백 ○에 흑 15로 참은 것은 정수. 참고도 흑 1로 젖혀 강하게 반발하는 수는 백 10까지 흑이 곤란한 모양이다. 백은 16으로 상변 흑 모양을 삭감하며 자세를 잡는다.

 흑 17에 백 18도 생각하기 쉽지 않은 수. 넓은 곳이 많은데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상변 백을 보강하기 위해 2선으로 내려선다는 발상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렵다. 끝내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22까지 상변에서 자리를 잡고 보니 은근히 두터운 수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차피 반상에 큰 곳은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약한 돌부터 돌보는 판단이 적절했다는 것이다.

 백이 상변에서 두터워졌기 때문에 흑 ○가 약해졌다. 흑은 25로 보폭을 좁혀 상변을 지켰다. 하지만 이 모양은 나중에 백 A로 귀를 침입하는 수가 남아 있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백 18의 효과가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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