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속 드러나는 박 대통령의 ‘커다란 산’ 같은 거짓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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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어제 열린 10차 변론에서도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3월 13일 이전 선고’ 발언을 거론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벌 그룹 회장 등 15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면서 “헌재가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하지 않고 검찰 수사기록에 의존하는 것은 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대통령 측에는 둔한 부엌칼을 각각 건네며 공정한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했다. 이미 증언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까지 ‘재탕 신청’한 것은 누가 봐도 ‘탄핵심판 지연 전술’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까지 거부할 명분을 찾는 모양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에 구속 기소된 인사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가 적시돼 있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위한 사전 협의를 불편해한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특검 조사에는 임할 생각입니다”라는 답변과는 영 딴판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하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피의자 신분이라는 걸 망각한 듯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지연 전술이 유리하다고 볼지 모르나 특검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박 대통령의 거짓 해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인사 추천’이 문화 쪽 외에는 없었다고 강조했으나 특검은 최 씨가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의 임명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를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라고 주장한다.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니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최 씨와 고영태 씨의 불륜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며 고 씨가 자기 이익을 위해 (언론에) 왜곡 제보했다”는 주장도 폈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3월 13일과 이달 말을 학수고대하는 모양이다. 3월 13일이 지나면 헌재 재판관 2명만 기각해도 탄핵은 기각된다. 이달 28일이면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만료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의 지연 전술이 계속되면 야당의 특검 연장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탄핵심판#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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