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섬’으로 변신하는 ‘섬 안의 섬’ 연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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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골목길마다 240m 담장벽화, 폐교엔 국내 유일 ‘섬마을 미술관’
고흥군 “미술섬 프로젝트 계기… 사계절 관광객 찾는 섬으로 조성”

 연홍도는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섬의 형상이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연홍도다. 한때 100여 가구에 5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50여 가구 80여 명이 거주한다. 동쪽으로는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태어난 큰 섬 거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고 서쪽으로 파도에 씻기고 해풍에 깎인 해안절벽이 장관인 금당도가 있다.

 ‘섬 안의 섬’이라 불리는 연홍도가 이제 ‘미술섬’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5년 전남도 브랜드 시책인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후 예술 향기가 가득한 미술섬으로 가꾸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 전국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

전남 고흥군 금산면 연홍도 담장에 그려진 벽화. 연홍도는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미술섬 프로젝트’가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흥군 제공
전남 고흥군 금산면 연홍도 담장에 그려진 벽화. 연홍도는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미술섬 프로젝트’가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흥군 제공
 연홍도에는 마을 골목길마다 담장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 길이가 240m에 이른다. 2013년 마을 공동체 기금으로 주민들이 직접 담장에 벽화를 그렸다. 주민들은 섬 곳곳에 강렬한 색감의 물고기 모양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연홍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국내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이다. 선착장을 지나 해안선을 쭉 따라가다 보면 동백나무가 무성한 해수욕장이 있다.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연홍미술관’이다. 화가 선호남 씨(55)가 1998년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장을 200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폐교 운동장은 소박한 야생화 꽃밭의 미술관 정원으로 꾸몄다. 그러나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섬을 휩쓸고 가면서 미술관은 폐허가 됐다.

 현재 연홍미술관은 예술의 옷을 다시 입히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공방을 새로 짓고 내부 조명시설도 교체했다. 미술관은 4월 7일 ‘섬 여는 날’ 행사 때 재개관한다. ‘미술섬’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지난해 곳곳에 설치됐다. 선착장 방파제 끝에 소라껍데기 조형물 두 개가 세워졌고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색의 철제 구조물로 형상화됐다.

 선창가 집은 사진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이 기증한 추억의 사진 400여 장이 박물관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작가가 1주일 넘게 머물면서 흉물처럼 남아있던 김 가공 공장을 훌륭한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섬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둘레길도 만들어졌다.

 김길곤 연홍도가고싶은섬추진위원장(67)은 “최근에는 마을 전체 가구가 슬레이트와 기와 함석지붕을 빨강과 초록, 파란색으로 산뜻하게 단장했다”며 “가고 싶은 섬 사업 덕분에 독특한 매력과 볼거리가 풍성한 미술섬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의 나오시마를 꿈꾸는 연홍도

 연홍도는 산업폐기물 처리장이었다가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해 한 해에 30만 명을 끌어 모으는 일본 시코쿠(四國)의 섬 나오시마(直島)를 꿈꾸고 있다.

 고흥군은 미술섬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섬으로 가꿀 계획이다. 연홍미술관을 활용해 어린이 미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미술관 주변에 야외 전시관과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폐가를 예술공방으로 만들고 공방에서 만든 예술품을 사고팔 수 있는 야시장을 운영해 젊은 예술가들을 섬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마을 벽화와 해안 경관을 경유하는 일주도로도 추진 중이다.

 비어 있는 가옥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체류형 관광객을 늘리고 섬에서 생산된 특산품을 활용한 해초류 밥상이나 생선구이 백반 등을 상품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풍부한 수산자원을 활용해 소라와 조개 해초 등 맨손어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갯바위낚시나 선상낚시 시설도 보완하기로 했다. 기후가 온화한 섬에 동백꽃 군락지를 조성하고 해수에 절인 갓김치를 가공, 판매하는 마을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미술섬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연홍도를 휴식과 힐링,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예술섬으로 가꿔 고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연홍도#미술섬#섬마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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