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톈그룹 회장, 홍콩서 베이징으로 연행…‘일국양제’ 위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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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시민권과 홍콩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 갑부이자 금융그룹 회장이 홍콩에서 중국 대륙으로 연행된 것으로 알려져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위배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밍톈(明天·Tomorrow)그룹의 샤오젠화(肖建華·46)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홍콩 포시즌 레지던스호텔에서 5, 6명의 남성과 함께 호텔을 나간 뒤 같은 날 오후 3시경 국경을 건너 광둥(廣東) 선전(深¤)으로 갔다.

은행 보험 부동산 개발회사 등을 거느린 밍톈 그룹은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샤오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누나와 매형 등의 자산매각을 돕는 등 중국 고위층과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샤오 회장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반대하는 언행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샤오 회장의 가족은 연행 하루 뒤 홍콩 경찰에 신고했으나 샤오 회장이 연락해 와 "대륙으로 연행되고 있으나 잘 있으니 경찰 신고를 철회하라"고 말해 신고를 취소했다. 홍콩 경찰은 호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에 그가 팔에 수갑을 차지 않았고 홍콩과 중국 변경 출국 수속도 정상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본토 땅을 밟았는지, 강압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밍톈 그룹은 지난달 30일 회사 이름의 웨이신(微信·중국 카톡)을 통해 "나 샤오젠화는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잘 있다"고 엉뚱한 내용을 내보냈다. 이어 하루 뒤에는 "나는 캐나다 공민이고 홍콩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캐나다 영사와 홍콩 법률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나는 연행되지 않았으며 곧 언론을 만날 것이다. 여러분들은 안심하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두 건의 내용은 곧 삭제됐다.

홍콩 입법회 민주당 소속 허쥔런(何俊仁) 의원은 "중국 공안이 무단으로 넘어와 법을 집행한 것이라면 일국양제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경위 조사를 촉구했다. 홍콩 경찰도 "대륙을 포함해 누구도 홍콩에서 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경찰은 그의 소재와 조사 사실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둥(山東) 성에서 나고 자라 베이징(北京)대를 나온 수재인 샤오 회장은 지난해 기준 재산이 약 60억 달러(중국내 32위)에 이르는 거부다. 졸업 직후 컴퓨터 판매 등을 했지만 재산 형성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5년 말 홍콩 퉁뤄완(銅¤灣)서점 직원 5명의 중국 연행 조사에 이어 또다시 강제 연행 보도가 나오면서 '일국양제' 침해 논란이 다시 일어날 전망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과 영국이 채택한 '홍콩 기본법'은 2047년까지 군사와 외교를 제외한 홍콩의 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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