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반기문 대선 불출마 “인격 살해 가까운 음해로 정치교체 명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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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1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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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귀국해 사실상 대선행보에 나선지 채 한 달도 안 돼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저를 도와 가까이서 함께 일해 온 많은 분들을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갑작스럽게 대선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실패한 나라의 지도자를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 몸을 던지겠다는 정치에 출신하겠다는 심각히 고려해왔다”며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루어내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 현재 우리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우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며 “저도 지난 10년간에 걸친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월12일 귀국한 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한 후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을 만나고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종교사회, 학계 및 정치분야의 여러 지도자를 두루 만나 그분들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이 나라가 정치, 안보,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있으며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쌓여온 적폐가 더이상은 외면하거나 방치해둘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인한 국가 리더십의 위기도 겹쳤습니다.

경제 위기라는 난국 앞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맡긴 의무를 저버리고, 목전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습니다.

10년 간 나라 밖에서 보인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전세계를 돌며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돌아보며 그들의 지도자들을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하게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분열된 국론 모아 국민대통합 이루고 협치와 분권, 정치문화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말씀 드린 것입니다.

이게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순수한 포부를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단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의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혁혁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제게 따뜻하게 함께 가까이서 일해 온 여러분들의 실망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 태도를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후세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10년 동안의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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