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이 떠나던 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일 1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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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스포츠동아DB
조성민. 스포츠동아DB
1월의 마지막 날, kt는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훈련에 조성민(34)은 빠졌다. 조성민은 훈련을 위해 숙소에서 체육관으로 나서기 직전 조동현(40) 감독으로부터 LG로의 트레이드를 통보받았다. 조성민은 큰 충격을 받았고, 조 감독 역시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조성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면담을 마친 조 감독은 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했다.

kt 선수단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사직체육관까지 구단 버스로 이동했는데, 테이핑까지 마치고 훈련을 준비했던 조성민과 조 감독이 동승하지 않은 채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흐른 1일 kt의 한 선수는 “감독님과 (조)성민이 형이 타지 않은 채로 버스가 출발해서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트레이드가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온 조성민은 함께 생활해온 선수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사직체육관을 찾았다. 조 감독은 훈련을 중단한 채 조성민이 선수들과 만날 시간을 줬다. 훈련 중이라 인사시간은 짧았지만, 조성민과 이별하는 순간 눈시울을 붉힌 선수들도 있었다. 20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조성민은 정신적 지주였다.

또 다른 kt 선수는 “(조)성민이 형이 트레이드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프로가 비즈니스 세계라고 하지만, 사실 그동안은 잘 실감하지 못했다. 이번에 프로의 냉정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수단에 작별을 고한 조성민은 LG로 합류하기 위해 곧장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kt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상징은 그렇게 떠나갔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떠나, 아끼던 후배 조성민을 떠나보낸 조 감독의 마음도 내내 불편했다.

조 감독은 미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는 “성민이는 내가 선수 때부터 함께하면서 정이 많이 든 선수다. 팀의 상징이기도 했다. 정말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다. 팀에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다른 팀들이 원하는 카드는 성민이밖에 없었다. 리빌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성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착잡하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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