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아니다” 반기 든 법무장관 대행 경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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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 정책 후폭풍]백악관, ‘反이민’ 거부에 “배신자”

 “행정명령을 변호하는 게 정의를 추구하는 법무부의 책임과 일치한다는 확신도, 행정명령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샐리 예이츠 미국 법무장관 권한대행(57·사진)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흘 전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직원들에게 이를 거부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민 규제와 관련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정부를 법적으로 대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백악관은 즉시 성명을 내고 “예이츠는 법무부를 배신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 권한대행을 전격 해임하고 버지니아 주 동부지방 연방검사인 데이나 벤테이를 자리에 앉혔다. 벤테이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가 인준을 거쳐 취임할 때까지 장관대행으로 일하게 된다.

 직을 건 예이츠의 ‘항명’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권력자보다는 법질서를 존중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그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이츠는 2년 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법무차관으로 낙점된 뒤 “법무부는 ‘공안부’가 아니라 ‘정의(正義)부’”라고 밝혔다. 정권에 충성하는 조직원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임명 당시의 소신을 퇴임 때까지 지킨 셈이 됐다.

 그는 2015년에도 기업 관련 범죄에서 법인보다 개별 임직원 기소를 우선시하라는 수사지침을 내렸다. ‘대기업 봐주기’ 문화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공문은 그의 이름을 따 ‘예이츠 메모’로도 불렸다. 애틀랜타 검찰총장 출신으로 27년간 정의 실현에 헌신한 예이츠의 해임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WP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측근은 “그는 옳은 일이라 생각한 대로 행동했고, 결국 해고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법무장관#샐리 예이츠#트럼프#반이민정책#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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