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와 싸워야’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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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특검, 김종덕 등 공소장에서 밝혀
김기춘 “종북, 문화예술계 15년 장악… 재벌들도 줄서… 정권초기에 사정”
朴대통령 “좌편향 문제 많아” 지적
조윤선, 블랙리스트 업무 인수… ‘다이빙벨 시민 관람 막아라’ 지시도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30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을 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은 2013년 8월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특검에 구속 기소된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53)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의 공소장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를 어떻게 길들이려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 전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 “국정 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듬해 1월 김 전 실장은 비서관과 행정관들에게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의 형국이니 ‘전투 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전 실장은 2014년 4, 5월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64)과 신 정무비서관에게 야당 정치인 지지를 선언하거나 정권 반대 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을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뒤 이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 기관에 몸담고 있던 다수의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또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정무수석은 2014년 6월 정무수석을 그만두면서 후임자인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구속)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인계했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긴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이 결정되자 “저명 보수 문화인의 기고, 시민단체 활동으로 비판 여론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에게 했다. 또 “다이빙벨 상영관의 전 좌석 관람권을 일괄 매입해 시민들이 관람하지 못하게 하고 상영 후 이를 폄하하는 관람평을 달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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