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에 울고 웃고…희비 엇갈리는 V리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일 05시 30분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우리카드 파다르-현대캐피탈 톤-OK저축은행 모하메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우리카드 파다르-현대캐피탈 톤-OK저축은행 모하메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프로배구 V리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영입제도를 대폭 수정했다. 기존 자유계약제도에서 트라이아웃으로 틀을 바꿔 배구코트에 전력 평준화를 꾀한 것이다.

시즌이 넉 달 가까이 흐른 지금,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이 가져다준 유무형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V리그를 호령했던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30·전 OK저축은행)와 같은 특A급 선수는 자취를 감췄고, 연봉상한선 30만 달러에 맞는 준척급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승패를 좌우하는 외국인 공격수는 줄어들었지만, 아직 그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공격력에서 외인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팀당 10경기 정도만을 남겨둔 남자부 역시 외인 활약여부에 울고 웃는 모습이다.

가장 활기찬 미소를 띠고 있는 팀은 선두 대한항공이다. 미차 가스파리니(33)라는 걸출한 외인 덕에 대한항공은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후반부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가스파리니의 최대 강점은 역시 기복 없는 경기력이다. 비록 공격지표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팀의 오른쪽 날개를 든든하게 지켜준다는 점만으로도 대한항공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3위 우리카드 역시 외인 덕을 톡톡히 보는 팀이다. 우리카드는 크리스티안 파다르(21)가 후반 들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파다르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반환점을 돈 이후 팀에 녹아들며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카드는 ‘복덩이 막내’ 파다르를 등에 업고 3년만의 봄 배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모든 팀이 외인 덕분에 웃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다퉜던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을 올 시즌 외인 농사에서 쓴맛을 다셨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시몬이라는 해결사 덕분에 농사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엔 흉작에 그친 채 포스트시즌 탈락을 가장 먼저 확정짓게 됐다.

현대캐피탈도 외인 이야기에 난색을 표하는 팀이다. 톤 밴 랭크벨트(33)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기량을 선보여 퇴출이 결정됐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대체 외인 구하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과 톤의 불편한 동거는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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