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훙 데이터베이스 만들고 기획사 차려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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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으로 진화한 ‘中왕훙 마케팅’
팔로어 수-활동현황 등 점수화… 2000명 등록시켜 2월 서비스
연예인처럼 선발해 훈련도… 비슷한 콘텐츠 양산은 문제점

《 이 옷을 ‘한복’이라고 합니다. 이건 왕비가 입던 옷이에요.” 17일 오후 서울 인사동 한옥 게스트하우스. 한복 소품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방 안에 앉아 있던 20여 명이 일제히 분주해졌다. 소형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생중계를 하거나, 카메라 세 대를 바꿔가며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언뜻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한국에 초청된 중국의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스타)이다. 》

17일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신라면세점 홍보단 ‘신라 다카’ 소속 왕훙들이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7일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신라면세점 홍보단 ‘신라 다카’ 소속 왕훙들이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라면세점이 중국 현지에서 운영하는 홍보단 ‘신라 다카(大가)’ 소속 왕훙들은 4박 5일간 서울과 제주에서 신라호텔과 면세점, 각종 관광코스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초대됐다.

 대(對)중국 시장 개척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왕훙 마케팅’이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 전문 마케팅 업체 ‘2AB’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왕훙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웨이보, 이즈보 등 현지 온라인 플랫폼과 제휴하고 각 왕훙의 팔로어 수, 댓글 수, 활동 현황 등을 정리해 점수화한 ‘2AB 왕훙 테크’(가칭)를 2월부터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2AB의 김남영 실장은 “온라인 판매 전문인 ‘커머스 왕훙’, 콘텐츠를 생산해 각 매체에 제공하는 ‘콘텐츠 왕훙’ 등 왕훙의 종류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등록자 수를 현재 2000명에서 점점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패션 크리에이터 기획사인 ‘레페리’는 지난해 중국 텐센트와 함께 뷰티 전문 왕훙을 선발하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지난해 시즌1에서 선발된 왕훙 20여 명과 계약을 맺었다. 연예기획사처럼 각 기업 수요에 맞게 이들을 훈련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춘제(중국 설)를 맞아서는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면세점은 물론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까지 왕훙을 국내에 초청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왕훙 마케팅’에 나섰다.

 왕훙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은 ‘에이지 20's 에센스 커버팩트’를 2015년 12월 국내 면세점에 입점시킨 뒤 지난해 5월 국내에 왕훙을 초청해 ‘애경 뷰티데이’를 진행했다. 그 직후인 6월 면세점 매출은 5월의 두 배가 넘는 3억3600만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언론 통제 등의 문제로 온라인 마케팅이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왕훙의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한 불신이 큰 중국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일정 규모의 팬층을 보유한 왕훙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팔로어 100만 명 이상의 A급 왕훙을 국내로 초청하는 비용은 많게는 7000만∼8000만 원이다. 지난해 초 2000만∼3000만 원이던 것에 비해 크게 뛰었다. 왕훙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콘텐츠를 양산하거나, 업체끼리 초청하는 왕훙이 겹치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왕훙을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업체도 나왔다.

  ‘신라 다카’로 활동하고 있는 왕훙 황쿤(黃坤) 씨는 “중개업체가 끼면 수수료가 많게는 40%에 이른다. 각 기업이 직접 브랜드에 맞는 왕훙을 찾고,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왕훙 정야디(鄭雅狄) 씨는 “단순히 왕훙의 팔로어 수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왕훙#마케팅#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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