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으로 지친 손 비올라가 잡아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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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브라운슈바이크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단원 김사라

비올리스트 김사라는 바이올리니스트 때부터 꿈꿨던 실내악에 대한 소망을 지금도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실내악 공연을 해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실내악 무대를 하고싶어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비올리스트 김사라는 바이올리니스트 때부터 꿈꿨던 실내악에 대한 소망을 지금도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실내악 공연을 해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실내악 무대를 하고싶어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이올린으로는 단 한 번도 콩쿠르에서 1등을 못했어요.”

 본인도 돌이켜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2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비올리스트 김사라(29)는 7년 전인 2010년까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다.

 일곱 살에 부모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손에 쥐었다. 천부적 소질을 보이며 러시아 모스크바의 그네신 영재음악학교를 거쳐 2006년 독일의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제가 러시아에서 초중고교를 다닐 때는 꽤 잘한다고 했어요. 외국인인 저에게 협연 제의도 많이 들어왔죠. 유명 실내악단에서 수석 바이올린을 하겠다는 꿈을 꾸었죠.”

 기고만장하던 그였지만 대학에 가니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았다. 충격을 받았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미래에 회의가 들었다. 이때 비올라가 지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악기마다 맞는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느린 기질에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바이올린의 높고 예민한 음색이 저와 맞지 않았죠. 학교 창고에 잠자고 있던 비올라를 빌려 연주를 해보니 ‘이게 바로 내 악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0년 3월 그는 비올라로 전향했다. 3개월 뒤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시험하기 위해 출전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이올리니스트로는 한 번도 못해본 1위였다.

 “비올리스트로 출전한 독일 멘델스존 콩쿠르(2015년) 등 8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여섯 번 했어요. 이제 바이올린을 가끔 잡으면 비올라의 음색과 비브라토가 나올 정도로 비올리스트가 다 됐죠.”

 그는 독일 내 최상급 연주단체인 독일 주립 브라운슈바이크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단원으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했다. 바이로이트에 선 한국인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은퇴)이 유일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단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연주자를 2명 이상의 단원 추천으로만 뽑아요. 오디션도 없어요. 다행히 저와 함께 연주를 했거나 저를 좋게 봐준 비올리스트들이 추천해줘서 지난해 무대에 섰어요. 내년 바이로이트에도 다시 초대받았어요.”

 그는 2월 2일 금호아트홀에서 ‘라이징스타 시리즈’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한국에서의 첫 독주회다.

 “여섯 살 때 러시아로 가족이 모두 건너간지라 러시아, 독일에서만 활동해서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비올리스트 김사라와 제 음악을 온전히 소개하는 무대로 이번 독주회를 꾸미고 싶어요. 저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에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사라#비올라#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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