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팝이 필요로 하는 것은 편견없는 관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모던 팝 스토리/밥 스탠리 지음/배순탁 엄성수 옮김/896쪽·3만2000원·북라이프

1964년 2월 9일 미국 CBS TV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비틀스. 저자는 “이들의 출연은 전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썼다. 출처 thebeatles.com
1964년 2월 9일 미국 CBS TV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비틀스. 저자는 “이들의 출연은 전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썼다. 출처 thebeatles.com
 “팝이란 뭘까. 나에게 그것은 록, R&B, 소울, 힙합, 하우스, 테크노, 메탈, 그리고 컨트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티스트와 개인적 관계가 없는, 그래서 언제든 다른 뮤지션에게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관객이다.”

 서문의 이 문장에 공감한다. 중학교 때 메탈 장르와 그룹 퀸에 거부감을 갖게 된 건 ‘오직 이것만이 최고’라 떠벌리던 아이들의 발언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다. 열광은 즐거운 감정이지만 쉽게 맹목으로 변질돼 부당하고 불필요한 편견을 낳는다.

 “퀸은 초기 앨범 표지에 ‘신시사이저를 안 썼다’고 표기해 진정한 록을 하고 있음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빌보드 1위에 오른 건 신시사이저를 도입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1980년)부터였다. 이후 이 곡은 힙합 음악 샘플링에 쓰였다. 그 순간 팝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졌다.”

 저자는 1990년 결성한 영국의 혼성 얼터너티브 록 그룹 ‘세인트 에티엔’의 멤버이며 10여 년간 일간지 가디언 등에 음악평론을 실어 온 칼럼니스트다. 그는 “가이드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에 책을 썼다. 디스코, 흑인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이 전통 팝 역사에서 (록 우월주의에 의해)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저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감상을 억제하고 가급적 사실과 발언의 기록만 추려 엮으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드러머와 베이스 연주자를 보유한 밴드의 연주를 듣는 기분이다. 건조한 듯 단단하고 담백하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모던 팝 스토리#밥 스탠리#퀸#비틀스#얼터너티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