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흙도 살고 인간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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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식탁/댄 바버 지음/임현경 옮김/672쪽·2만8000원/글항아리

 2004년 한 희귀 종자 수집가가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의 레스토랑 ‘블루 힐 앳 스톤 반스’에 보통 우리가 먹는 옥수수 품종과 달리 8줄로 알이 생기는 품종인 ‘뉴잉글랜드 에이트 로 플린트’ 종자를 보낸다. 다목적 농장을 겸하면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직접 기른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서 재배해 달라는 것이다. 이 식당의 요리사인 저자는 “이 옥수수로 만든 음식은 엄청나게 맛있었다”고 했다.

 책이 말하는 ‘첫 번째 식탁’은 서양음식의 역사에서 커다란 고기 한 덩이와 몇 가지 채소를 곁들인 육류 위주의 식사를 뜻한다. ‘두 번째 식탁’은 1990년대부터 힘을 얻고 있는, 유기농 육류와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로 차리는 로컬 푸드다. 저자는 두 번째 식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식재료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세 번째 식탁’을 제안한다.

 책이 주목하는 건 토양이다. 산업화된 농업과 무분별한 개발로 황폐화된 토양의 생산력을 되돌릴 수 있는 방식으로 경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된 통밀가루와 당근을 찾아 나선다. 강제로 살을 찌우지 않은 거위에서 나온 푸아그라나 남획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잡은 참치 등 윤리적인 먹거리 생산 방식도 고민한다.

 저자는 2050년의 레스토랑 메뉴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어린 귀리로 끓인 차, 야생 부들로 만든 스낵, 건강한 풀을 뜯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든 버터, 돼지의 피와 뼈까지 활용한 돼지고기 구이와 소시지, 식물 플랑크톤을 곁들인 송어 등을 제안했다. 음식의 맛은 상상이 잘 안 가지만 지속 가능한 식탁을 고민하는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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