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진품” 결론…유족 반발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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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수사한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이 과학적인 기법까지 동원해 작품의 진위를 가린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만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올해 5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씨가 미인도 위작논란과 관련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씨가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 등 다른 관계자 5명을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했다. 다만 "천 화백이 진품을 보지 않고 (본인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던 정모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 △공개되지 않았던 '차녀 스케치'와 밑그림의 유사성 △전문가 안목 감정 등을 토대로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맨 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미인도의 압인선을 발견했다. 압인선이란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다. 이 압입선의 형태는 천 화백의 다른 작품들과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또 천 화백은 'D 화랑'을 전속 화랑으로 두고 표구를 해왔는데, 미인도의 표구도 D화랑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표구란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액자 등에 작품을 담는 과정을 뜻한다.

검찰은 이번 검증과정에서 미인도의 밑층에 다른 밑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밑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것은 천 화백의 68년도 작품인 '청춘의 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미인도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밀한 스케치들이 있는데, 이 스케치 이미지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 화백의 '차녀 스케치'란 작품과 표현 방식이 유사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분석과정에서 컴퓨터 영상분석기법, DNA감정 등도 병행했지만 해당 분석 방식에서는 유의미한 진위여부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그림 9점을 특수카메라로 비교한 결과 양 작품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감정은 심층적인 단층분석기법이 활용되지 않았고, 비교군으로 사용된 다른 작품들마저도 해당분석방식으로는 진품일 확률이 4%수준에 불과해 최종 판단 근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25년간 이어온 천 화백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싸움에서 미술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다. 천 화백 측은 "'자신의 그림도 못 알아보는 작가'라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고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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