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뮌헨 참사, 잠비아대표팀 비극, 그리고 샤피코엔시 쇼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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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크나큰 슬픔 딛고 명문 클럽 재도약
잠비아도 네이션스컵 우승으로 재기 감동
전북, 선수단 안전 위해 국적기 활용 원칙


2009년 1월 15일 US항공 1549편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엔진 2개가 모두 파손됐으나,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침착하게 허드슨강으로 비행기를 불시착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살렸다. 이륙부터 불시착까지 걸린 비행시간은 정확히 208초. 이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톰 행크스 주연)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가 기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개는 비극으로 끝난다. 축구계에서도 종종 항공참사가 발생한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브라질 1부리그 클럽 샤피코엔시 선수단이 탑승한 비행기가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추락해 선수 22명을 포함한 71명이 사망했다.

● 끊이질 않는 축구계 항공참사

샤피코엔시 축구단의 비극만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축구팀이 겪는 항공참사는 과거에도 빈번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사고가 1958년 2월 독일 뮌헨에서 발생했다.

명장 맷 버스비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1957∼1958시즌 유러피언컵(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원정경기를 마친 뒤 항공편으로 귀국길에 올라 중간급유를 위해 뮌헨에 들렀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활주로 상태가 고르지 않은 상황에서 비행기는 3차례의 이륙 시도 끝에 하늘로 날아올랐으나, 충분한 궤도에 이르지 못한 채 추락하고 말았다. 제프 벤트, 마크 존스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7명과 기자 8명이 즉사했고, 병원으로 후송된 덩컨 에드워즈도 보름 뒤 사망했다.

당시 서독과 영국 당국은 사고 원인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뮌헨공항 활주로의 눈이 항공기 이륙에 필요한 속도를 내는 데 방해가 됐다는 최종 결론이 1968년 내려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 ‘뮌헨 메모리얼 클락’이라는 시계 형태의 조형물을 설치해놓고 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안타까운 비극이 벌어졌다. 1993년 4월이었다. 1994미국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 참가한 잠비아국가대표팀은 다카에서 예정된 세네갈 원정경기를 위해 출국했다. 국가 형편상 군용기로 이동해야 했는데, 가봉 리브르빌 인근에서 엔진 발화로 탑승자 30여명 전원이 사망해 큰 충격파를 드리웠다. 잠비아의 월드컵 도전도 중단됐다.

끔찍한 참사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잠비아는 꿋꿋하게 재기해 큰 감동을 안겼다. 버스비 감독은 크나큰 슬픔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생존자 빌 폴크스, 보비 찰턴 등도 명문 클럽으로의 재도약을 이끌었다. 잠비아도 절망을 영광으로 바꿨다. 리브르빌에서 벌어진 코트디부아르와의 2012아프리카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가봉과 적도기니가 공동 개최한 당시 대회에서 잠비아를 지휘한 헤르브 레나르 감독은 “먼저 떠난 위대한 선배들을 위해, 조국을 위해 뛰자. 리브르빌에 입성해 우리의 힘을 증명하자”는 강렬한 말로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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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는 어떻게 대처하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선 축구단과 관련된 비행기 사고가 전무했다. 지금까지 세계축구계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한 항공참사들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축구도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망라해 자주 국제대회와 해외원정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한 전북현대는 구단 차원의 한 가지 대원칙을 정했다. ‘국적기 활용’이다. 잦은 스케줄 변경이 용이한 측면도 있지만, 1차 목적은 선수단 안전에 있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가항공도 이용하지 않는다. 올해는 딱 2차례 그 원칙을 깨야 했는데, 1월 아랍에미리트(UAE) 동계전지훈련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장쑤 쑤닝(중국) 원정을 다녀올 때였다. 이 때도 해당국가 국적기를 이용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전지훈련이든, 원정경기든 바다를 건너야 할 때면 꼭 국적기에 탑승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국적기가 반드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세기를 쉽게 활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낯선 외항사보다 안심이 되는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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