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직접 만들어 쓰고 판매까지… 떠오르는 ‘에너지 자립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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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방 ‘신재생에너지’ 발전 붐

 10월 31일 한국전력공사는 에너지 민간 사업자인 ‘울릉에너피아’와 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울릉에너피아는 20년 동안 울릉도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민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전이 전량 구매해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에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에너지 자립섬’이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자립섬은 태양광, 풍력, 지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섬을 뜻한다. 현재 한전에서는 제주 남쪽 가파도, 전남 가사도 두 개 섬에서 에너지 자립섬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두 섬의 역할은 기술 실증이다. 첨단기술을 이곳에서 검증하면 울릉도 이외에도 인천 덕적도, 전남 조도, 전남 거문도, 충남 삽시도, 제주 추자도 5개 섬을 차례로 에너지 자립섬으로 바꿔 나갈 예정이다.

○ 신개념 전력관리 체계로 에너지 자립 노린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도서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육지와의 고립성 때문이다. 제주도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이용해 육지에서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지만 다른 섬은 독립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유 발전기를 이용했지만 적잖은 매연과 소음, 온실가스 발생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그리드’ 개념을 도입한 에너지 자립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지역의 전력 자급자족에 필요한 기술체계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를 취합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이 포함된다.

 한국에선 가파도가 최초의 마이크로그리드 기반 에너지 자립섬이다. 가파도는 인구 약 180명 정도의 작은 섬으로, 3kW(킬로와트)급 태양광패널 38개, 250kW급 풍력발전기 2대가 도입돼 있다. 여기에 1860kWh(킬로와트시)의 ESS를 도입해 15시간 정도의 전력 사용량을 미리 저장해 둘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자급자족을 이뤄낸 국내 첫 사례다.

 두 번째 에너지 자립섬인 가사도에선 기술이 한 단계 발전했다. 인구가 약 450명으로 가파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EMS를 처음 도입했다. 섬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전력량을 예측하고 수요에 따라 발전 여부를 자동 제어한다.

 이영환 가사도 발전소장은 “가사도 주민들은 마이크로그리드 도입 이후 건조기나 저온저장고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제품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서 전기의 품질(주파수)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울릉도서 1만 명 이상 대규모 전력 자립 첫 시도

 울릉도는 가파도와 가사도에서 실증된 에너지 자립 기술의 총집합체다. 태양광은 물론이고 풍력, 지열, ESS, EMS 기술을 모두 적용한다. 인구가 1만 명에 이르고, 한 해 관광객도 40만 명이 넘어 지금까지의 에너지 자립섬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울릉도를 마이크로그리드 기반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어 4%인 울릉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8년엔 30%, 2021년엔 55%, 최종적으로 2026년에는 100%로 높일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66만9787t 감축할 예정이다.

 울릉도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은 지열 발전이다. 울릉도는 지열 발전 효율이 국내 평균보다 최고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울릉에너피아는 2018∼2020년 4MW(메가와트), 2021∼2025년 8MW의 지열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상영 울릉군 경제교통과 계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울릉도가 에너지 관광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기술의 해외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울릉도#신재생에너지#지열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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