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조주행]교원성과급, 교육 질(質) 평가로 지급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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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성과급의 타당성이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인사혁신처는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의 차이가 3배 이상이 되도록 차등 지급률을 확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 시끄러워지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성과급제도가 성공하려면 먼저 제도가 지향하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합리적인 평가 요소와 관점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필요에 따라 급조된 평가표로 근무실적을 평가한다면 제도의 목표 달성도 어렵지만, 평가 항목의 정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성과는 단기적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수치로 측정·계량화할 수도 없어 교원의 업무 성과를 합리적으로 차등화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기업에 적용하던 성과급제도를 학교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과업을 내면화하는 전인교육을 하기 때문에 특정 교사 몇 명의 특출한 능력이나 특별한 공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학교에 근무하는 전체 교사가 학급이나 학년의 구분 없이 상호 이해하고 협력해야 비로소 교육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알파고시대의 교사들은 자기 전공 교과의 벽을 넘어 서로 이해하고 돕는 협력활동을 일상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원 성과급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결과에 승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학교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교원들의 양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정을 외면한 채 차등지급률을 확대한다면 학교 현장의 평화는 깨지고 교육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말 것이다.

 성과급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수업시수, 담임 여부, 연수시수와 같은 계량적 평가가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수치화하기도 어렵지만 학교 운영의 임자인 학교장과 함께 알게 모르게 학생 교육에 혼신의 정열을 바친 교사를 우대하는 질적 평가가 되어야 한다.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교원성과급#성과급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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