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 외치더니… 與 나서자 발빼는 野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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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새누리, 거국내각 촉구]“국정실패 공동책임자 만들려 해”
앞장서던 문재인 측 “예의 주시” 안철수 “외교도 총리에게 넘겨야”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기로 하자 야당은 ‘선(先) 검찰 수사, 후(後) 거국내각 논의’를 주장하며 한발 빼는 분위기다. 거국내각 주장은 청와대와 여당이 교감한 결과로, 야당을 끌어들여 현 정국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게 하려는 ‘불순한 속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이 끝난 뒤 야권 주도로 수습책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30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제 와서 오물 같은 그런 데다 집을 짓겠단 말인가”라며 “거국내각을 운운하는 것보다 해야 할 것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한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야당도 국정 실패의 공동책임자가 되면서 여권의 프레임에 말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선출 권한’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선언이 선행돼야 비로소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거국내각 구성 촉구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의구심을 보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최순실 씨 귀국 전과 귀국 후의 상황은 구분돼야 하고 선 검찰 수사와 대통령 탈당, 후 거국내각 논의를 촉구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기류는 엇갈렸다. 거국내각 구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날 “추 대표가 오늘 우리 당의 입장을 잘 정리해 주었다”며 “문 전 대표는 이 엄중한 상황을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속도 조절을 했다. 당 일각에서는 거국내각 구성과 관련해 당이 큰 줄기를 잡지 않고 그때그때 대응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자신의 팬클럽인 ‘국민희망’ 비상시국 간담회에서 “보도에 따르면 외국 정부들은 박 대통령을 더 이상 책임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외교까지도 총리 및 내각으로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촉구하며 내치는 물론이고 외치까지 책임총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날 전남 강진에서 열린 ‘강진일기’ 북콘서트에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총리가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며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에서 후속 대책은 물론이고 개헌 논의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돼 버린 상황”이라며 “스스로 거국내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다음 달 12일 서울 민중총궐기 대회 참석을 예고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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