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참전노병-韓 학생들 뜨거운 포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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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편지 쓰기’ 입상자들 파리 방문… ‘단장의 전투’ 승전날 낭독 행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금소담 양(오른쪽)이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생망데 시청 강당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꽃 브로치를 달아 주고 있다. 생망데=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금소담 양(오른쪽)이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생망데 시청 강당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꽃 브로치를 달아 주고 있다. 생망데=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수십 년 전 당신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안락한 생활을 뒤로한 채 동양의 작은 나라로 달려와 목숨을 걸고 우리를 지켜주었습니다.”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생망데 시청 강당. 곱게 한복을 입은 김영빈 양이 더듬더듬 프랑스어로 편지를 읽자 가슴에 훈장을 가득 단 노병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13일은 1951년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대대가 강원 양구 851고지를 점령해 ‘단장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다. 단장의 전투는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군대가 주축이 된 유엔군과 공산군이 양구 고지 3개를 점령하기 위해 한 달간 치열한 백병전을 벌여 양측 합쳐 2만8700명이라는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 프랑스군은 6·25전쟁에 3421명이 참전해 269명이 죽고 1300명이 다쳤다.

 이날 프랑스를 찾은 학생 9명은 ‘H2O품앗이 운동본부’가 주최한 ‘참전용사 감사 편지쓰기’ 대회에서 9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상한 이들이다. 운동본부는 6·25 참전국과의 우호관계를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다.

 학생들이 단소와 장구 공연을 마친 뒤 참전용사와 전사자 등의 아내들에게 일일이 모자를 씌워 주고 가슴에 브로치를 달아 주자 강당은 눈물바다가 됐다. 한 부인은 단소로 아리랑을 연주한 금소담 양(13)을 꼭 끌어안고 “남편은 참전 후 자주 아리랑을 불렀다. 지금은 부산 유엔묘지에 묻혀 있는데 오늘 그도 기뻐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금 양은 “그동안 이런 분을 잊고 살았다는 게 죄송스럽다”며 함께 울었다.

 1951년 22세에 하사관으로 참전했던 로랭폴 씨는 “당시 한국은 도시와 시골 모두 완전한 폐허였는데 한국의 굉장한 용기와 노력으로 이제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감사하고 오늘 아이들이 여기까지 와 준 것도 감동”이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나폴레옹이 승전을 기념했던 개선문에서 ‘단장의 능선 전투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 6·25전쟁 참전용사 모임 회장을 겸하고 있는 파트리크 보두앵 생망데 시장은 “참전용사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면서 참석자가 줄고 있지만 후손들이 한국전의 참뜻을 새길 수 있도록 교류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생망데=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감사편지 쓰기#파리#단장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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