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넬슨 교수 “한반도 출신 中 상나라 황후가 주인공인 역사소설 쓰고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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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고학 전공 1세대 외국학자 美 덴버대 세라 넬슨 교수

한국 고고학을 전공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쓴 세라 넬슨 미국 덴버대 명예교수. 서울 강동구 제공
한국 고고학을 전공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쓴 세라 넬슨 미국 덴버대 명예교수. 서울 강동구 제공
 “한반도에서 온 중국 상나라 황후가 등장하는 역사소설을 쓰고 있어요. 전작에 이어 한국 여성이 또 주인공이네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세라 넬슨 미국 덴버대 명예교수(85)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통 고고학자인 그에게 소설 쓰기는 부업에 가깝다. 전작 소설은 2002년 영어와 한국어로 발표한 ‘영혼의 새(Spirit bird journey)’. 이 작품은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가 모계 중심의 한반도 신석기 문명을 연구하면서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 문화와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다. 고고자료에 드러난 성역할에 주목하는 이른바 ‘젠더(gender)’ 고고학자인 넬슨 교수의 관심이 반영된 소설이다.

 이날 서울 강동구가 주최한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것은 물론 고고학자로서다. 그는 1970년대 세계 고고학계에서 불모지에 가깝던 한국 고고학을 전공한 1세대 외국학자다. 1970년 미군 군의관으로 한국에 파견된 남편을 따라와 2년간 한강 유역의 고고 자료를 집중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1973년 ‘한강 유역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연구’로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암사동 연구가 소설 ‘영혼의 새’의 모태가 된 셈이다.

 지금도 중국이나 일본 고고학에 비해 한국 고고학의 위상이 낮은 게 현실이지만, 1996년 세계동아시아고고학대회에서 한국 고고학을 독립분과로 만들고 강원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선사유적을 세계고고학사전에 올린 것은 그의 공이다.

 고고학자인 그가 소설을 계속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고고학은 남은 유물을 통해 삶의 보편성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결국 잃어버린 부분이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소설에서는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꽤나 매력적이지요.”

 이번 학술대회에서 그는 한반도와 중국 랴오닝 지역의 토기문화가 서로 유사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넬슨 교수는 “토기도 그렇지만 만주 지역에서 한반도로 농경이 전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로의 ‘인구이동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며 “유전학과 언어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비교자료를 통해 두 지역의 문화적 유사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한국 고고학 전공#덴버대#세라 넬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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