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해적이 애꾸눈인 이유,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단하고 유쾌한 과학 이야기/브뤼스 베나므랑 지음/김성희 옮김/429쪽·2만 원·까치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는 명쾌하게 결론 나지않았다고 한다. 밝게 빛나는 오로라. 동아일보DB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는 명쾌하게 결론 나지않았다고 한다. 밝게 빛나는 오로라. 동아일보DB
 비행기가 야간에 착륙하기 10∼15분 전에 객실 전등을 끄는 이유는 뭘까? 힌트는 우리 눈이 빛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관계가 있다. 승객을 어둠에 적응시켜 사고가 났을 경우 앞을 제대로 보며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망막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비상탈출용 슬라이드는 물론이고 땅도 보이지 않아 허공으로 뛰어내리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해적들은 눈에 이상이 없어도 한쪽에 안대를 하고 다녔다.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상황이 되면 안대로 가린 눈을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과학 유튜브 채널 ‘생각 좀 해 봅시다’(e-penser) 운영자로 유명한 저자는 이들 사례와 함께 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빛을 조절해 받아들이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망막을 이루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 등 학창 시절 밑줄 그어가며 외웠던 단어들이 줄기차게 튀어나온다.

 책은 태양계, 전자기학, 고전역학, 열역학,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생명 분야까지 종횡무진 달린다. 소행성대 안에서 소행성들은 보통 서로 수십만에서 수백만 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다이 기사들이 소행성을 피해 조심조심 건너야 할 필요가 없다. 사고가 났을 때 시간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건 뇌가 흥분해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기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됐단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물론이고 우주의 구조까지 흥미로운 내용이 적지 않다. 

 뉴턴, 아인슈타인, 갈릴레이 같은 유명한 과학자의 업적과 일화뿐 아니라 무명의 과학자도 다수 소개한다. 과학 발전의 열매는 전설적인 과학자뿐 아니라 이름 없는 과학자들의 남모르는 노력이 쌓였기에 가능했다는 저자의 말에는 과학자에 대한 존경심이 엿보인다.

 방대한 분야를 다뤄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눈길이 가는 내용만 찾아 읽어도 과학상식이 꽤 늘어난 기분이 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대단하고 유쾌한 과학 이야기#브뤼스 베나므랑#비행기#해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