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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박정욱 “사랑방 콘서트 15년째… 잊혀진 북녘의 소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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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박정욱 “사랑방 콘서트 15년째… 잊혀진 북녘의 소리 전합니다”

임희윤기자 입력 2016-09-29 03:00수정 2016-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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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정연-이은관 선생 사사… 한복디자이너 겸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씨
최근 서울 중구 청구로 ‘가례헌’에서 만난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 씨. 스승인 이은관 명창의 생전 사진 옆에 자리한 그는 “선생과 난 외모까지 판박이다. 이런 게 운명 아니겠냐”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도소리 박정욱 명창(51)이 ‘사랑채로 건너오라’고 하면 먼저 서울 지하철 5호선 청구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의 독특한 사랑채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청구역을 나와 청구로를 따라 100m쯤 걸어 올라가니 허름한 공장 건물이 나온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계단을 타고 하염없이 걷다 보면 계곡물 소리나 풍경 소리는커녕 층층이 들어선 봉제업체에서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방문객을 반긴다. 그렇게 5층에 닿으면 뜻밖에 ‘가례헌’이란 현판이 나온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환하게 웃는 그를 따라 들어선 실내는 옛 가구와 장신구, 국악기, 백자 항아리가 빼곡히 들어찬, 딱 한옥 아닌 한옥 내부다. 국내 유일의 국악 하우스 콘서트장이 여기다. “15년째 매주 목요일마다 쉬지 않고 공연했어요. 12월이면 벌써 1000회가 되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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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전공 분야인 서도소리는 물론이고 판소리, 사물놀이 등 분야별 명인들이 그때그때 명품 국악 무대를 만든다. 서도소리 하면 평안도 황해도 지역 민요와 잡가의 통칭이다. “1991년 소리꾼으로서 첫 발표회를 연 뒤 사랑방 콘서트를 구상했습니다. 대중가수들은 소극장 100일 콘서트, 전국 투어도 여는데 국악인은 경력이 40년씩 돼도 10회 콘서트를 넘기기 힘들죠.”

 그래서 나온 것이 국악 하우스 콘서트다. 그는 “제작비, 홍보비 등을 감안해 아예 저렴한 건물을 임차해 거기에 제 ‘하우스’ 또는 사랑채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용한 사무실 건물이면 시끌벅적한 (국악) 판 벌이기가 어려웠을 텐데 여긴 1∼4층에서 밤낮으로 미싱이 돌아가니 이만한 데가 또 없다”고 했다.

 박 씨가 지닌 두 개의 직함 역시 봉제공장과 사랑채의 아이러니 못잖게 아름다운 부조화다. 명창 겸 한복 디자이너. 한복점도 운영하는 그는 연말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에서 ‘조선여류유행’전을 연다. 가례헌에 소장된 여성 장신구가 여기 풀린다. 호랑이발톱으로 만든 노리개까지 노리개 종류만도 50종이 넘고 은장도 옥장도 호박장도에 비녀와 귀걸이까지 120여 점이다. 그의 스승인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김정연(1913∼1987)의 유품에 그가 30년간 모아온 것들을 보탠 것이다. 김정연은 평양 권번의 마지막 기생(기명 금홍)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김정연이 작고한 뒤 박 씨는 배뱅이굿으로 유명한 명창 이은관(1917∼2014)을 사사했다. 올해는 이은관이 살아 있으면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되는 해. 박 씨는 가례헌에서 다음 달까지 이은관 배뱅이굿 명인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 및 공연을 이어간다. 전시, 공연, 디자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다.

 “2014년 10월에 선생을 모시고 첫 ‘이은관전’을 열려고 했는데 그해 4월에 돌아가셨어요. 올바른 소리, 잊히는 북녘의 문화를 다 못 전하면 저승 갔을 때 스승님들 뵐 면목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힘닿는 데까지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서도소리#박정욱#국악 하우스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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