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폰 7의 사용 방식 바꿀 ‘iO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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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1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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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애플은 WWDC에서 iOS 10을 발표했으며, 직후 여느 때처럼 개발자 버전을 배포했다. 개발자 버전은 정식 버전이 아니기에 버그가 많다. 그걸 알면서도 iOS 10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해 아이폰 6s에 개발자 버전을 설치했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애플은 9월 13일(미국 현지시각)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iOS 10 정식 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사라진 '밀어서 잠금해제'

iOS 10 설치 후 아이폰을 켜면 첫 화면부터 달라진 것이 있다. 아이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밀어서 잠금해제'가 사라진 것. 밀어서 잠금해제는 iOS 7에서부터 버튼이 아닌 화면 전체를 미는 형태로 바뀌긴 했지만, 아이폰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용한 방식이다. 밀어서 해제라는 방식 덕에 가방 속에서 버튼이 눌러져 아이폰 화면이 켜지더라도 잠금화면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폰 사용 습관을 보면 밀어서 잠금해제가 점점 쓰이지 않는다. 나 또한 밀어서 잠금해제를 정말 간혹 쓴다. 밀어서 잠금해제 사용 빈도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ID 도입 때문이다. 사용자는 홈버튼을 '딸각' 눌러 화면을 켜고,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홈버튼에 올려놓고 있으면 지문으로 사용자 인증을 해 잠금화면을 풀어버린다. 화면을 밀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iOS 10에는 밀어서 작금해제는 없애고, 눌러서 잠금해제를 대신 집어 넣었다.

터치ID는 아이폰 5s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애플은 밀어서 잠금해제를 제거했다. 사용자들이 터치ID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덜어낸 셈이다.

▲ 밀어서 잠금해제가 아닌 눌러서 잠금해제(출처=IT동아)
▲ 밀어서 잠금해제가 아닌 눌러서 잠금해제(출처=IT동아)


밀어서 잠금해제를 제거하면서 잠금화면에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워치처럼 아이폰을 들었을 때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는 것. 이는 아이폰 6s에 추가된 2세대 터치ID의 지문 인식 속도가 너무 빨라 잠금화면의 알림을 볼 수 없다는 사용자의 피드백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폰 6s에서는 홈버튼을 누르면 알림을 볼 틈도 없이 터치ID가 지문을 인식해 홈 화면에 진입해 버린다. iOS 10에서는 홈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아이폰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화면이 켜지기 때문에 알림을 볼 수 있다. 물론 해당 기능은 켜고, 끌 수 있다.

처음 개발자 버전이 나왔을 땐 눌러서 잠금해제와 들어서 깨우기 기능 사이에 좋지 못한 사용자 경험이 생겼다. 아이폰을 들어 화면이 켜진 상태에서 홈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지문 인식이 이루어져 잠금은 해제되지만, 홈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홈버튼을 눌러야 잠금해제가 되기 때문이다.

터치ID에 익숙한 사용자에겐 화면이 켜진 상태에서 지문 인식을 하면 잠금이 해제되는 것이 정상인데, 홈버튼을 눌러야 하는 어색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행히 애플은 이후 '손가락 대서 열기'를 추가해 이를 보완했다. 이를 활성화 하면 아이폰을 들어 화면이 켜졌을 때 홈버튼에 손가락만 올려놓으면 홈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 설정 > 일반 > 손쉬운 사용 > 홈 버튼 > 손가락 대서 열기(출처=IT동아)
▲ 설정 > 일반 > 손쉬운 사용 > 홈 버튼 > 손가락 대서 열기(출처=IT동아)


사실 아이폰 들어 깨우기는 가속 센서, 자이로 센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화면이 켜진다. 은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알림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 쓰게 된다. 특히 iOS 10의 알림은 3D 터치를 접목해 단순히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알림 경험의 확장

보통 메시지를 수신하게 되면, 잠금화면을 해제한 후 메시지 앱을 실행해 답장하게 된다. iOS 9에서는 잠금화면에서 알림을 좌측으로 밀어 답장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iOS 10에서는 3D 터치를 사용해 '꾹' 누르면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좀 더 과정이 간편해 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림에서 동영상을 재생하고,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알림에서 받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풍부해진 것.

메시지가 오면, 아이폰을 든다. 그럼 화면이 켜지면서 메시지 알림을 보여 준다. 답장하고 싶다면, 해당 알림을 꾹 누른 후 바로 답장을 하면 된다. 단지 화면을 꾹 누르는 동작 하나로 답장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알림은 단순 확인으로 평면적인 활용에 그쳤다면, iOS 10에서는 3D 터치를 활용해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험은 꽤 편한 구석이 있다. 아이폰 6s에서 처음 3D 터치를 접했을 때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을 바꾸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iOS 9에서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 3D 터치를 거의 쓰지 않았으리라 본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iOS 10에서는 3D 터치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컸다.

▲ 잠금화면에서 3D 터치로 간편하게 답장(출처=IT동아)
▲ 잠금화면에서 3D 터치로 간편하게 답장(출처=IT동아)


3D 터치의 적용으로 알림의 형태는 선과 텍스트의 플랫에서 버블(bubble) 형태로 바뀐다. 디스플레이의 압력을 감지해 작동하기 때문에 알림 하나하나를 버튼처럼 누를 수 있게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 형태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지만, 기존보다 깔끔한 맛은 떨어진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접근성 높인 위젯

아이폰 사용자 중에서 의외로 위젯을 안 쓰는 이가 많은데, 알고 보면 꽤 쓰임새가 많은 것이 위젯이다. 이전만 하더라도 위젯은 알림창을 내려야 접근할 수 있었지만, iOS 10에서는 잠금화면에서 왼쪽으로 화면을 밀거나, 홈 화면 첫 페이지에서 왼쪽으로 밀어도 위젯을 쓸 수 있다. 물론 알림창에서도 위젯 접근은 유효하다. 위젯 또한 알림처럼 버블 형태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 잠금화면에서 위젯 접근은 개인적으로 무척 반가웠다(출처=IT동아)
▲ 잠금화면에서 위젯 접근은 개인적으로 무척 반가웠다(출처=IT동아)


그런데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곰곰이 보면 잠금화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위젯에 접근하고, 메시지 답장하고, 알림을 확인하는 등. 사용자에 따라 보안상의 이유로 이들 기능을 쓰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터. 이때는 '설정 > Touch ID 및 암호'에서 각각 접근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모두 켜 놓고 쓰는게 편했다(출처=IT동아)
▲ 개인적으로는 모두 켜 놓고 쓰는게 편했다(출처=IT동아)


처음에는 나 또한 보안상의 이유로 몇몇 기능을 꺼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켜놓았다. 어차피 위젯에는 민감한 정보가 없다. 가장 민감한 것이 일정 정도인데, 그것 또한 꼭꼭 숨길 수준이 아니다. 알림은 개별 설정을 통해 잠금화면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좋다. 메시지 답장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누군가 나몰래 답장을 하더라도 보낸 내용이 모두 앱에 남아 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이폰 분실 시 'iPhone 찾기' 기능을 통해 분실 모드로 전환하면, 위젯, 알림, 메시지 답장 모두 잠금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켜 놓아도 상관없다고 판단했으며, 애플 페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은 잠금화면에서 활발하게 쓰다 보니 꺼 놓는 게 오히려 불편했다. 이 부분은 자신의 사용 습관에 따라 허용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앱 인 앱

애플은 보안을 무척 중요시하는 회사다. 이런 기조는 iOS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아이폰을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 냈다.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근간은 샌드박스 채용 때문이다. 샌드박스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프로그램(앱)이 보호된 영역에서 작동해 시스템이 부정하게 조작되는 것을 막는 보안 형태다. 특히 앱은 개별적으로 작동하며,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는다. 물론 불편함도 있다. 아이폰으로 녹음한 파일은 에버노트 같은 써드파티 앱으로 전송할 수가 없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iOS 8이다. 샌드박스로 보안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앱과 앱은 구체적으로 지정한 정보만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보안 영역을 만들었다. 현재는 다양한 앱으로 쉽게 공유를 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의 흐름은 iOS 9에서 능동적으로 쓰인다.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앱에서 앱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앱에서 다른 앱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스팟라이트에서 에버노트 내의 문서를 검색하고, 시리로 사진첩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사진을 찾는다.

그리고 iOS 10은 이것이 조금 더 유연해 지고, 확장된다. 앱 안에서 다른 앱의 기능 일부를 쓸 수 있게 된 것. 시리를 사용해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애플 지도에서 우버 차량을 부를 수 있으며, 주소록에서 왓츠앱으로 VoIP 전화를 할 수 있다.

애플은 개발자가 이런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API를 이미 공개한 상태다. 물론 우버가 국내서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기에 우버 차량을 부를 수 없으며, 하물며 카카오 택시가 이를 지원한다 하더라도 지도 데이터 반출이 아직 허용되지 않아 애플 지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국내에서는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 애플 지도도 우버도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아 국내선 무용지물(출처=IT동아)
▲ 애플 지도도 우버도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아 국내선 무용지물(출처=IT동아)


그나마 이런 부분이 국내 사용자에게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전화 앱에서 후스콜, 리멤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아이폰 사용자도 후스콜의 데이터를 사용해 스팸 전화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리멤버에 저장한 명함 정보는 주소록에 저장해 놓지 않더라도 수신 화면에 표시해 주게 된다.

▲ 후스콜의 스팸 번호 데이터를 전화 앱이 활용할 수 있다(출처=IT동아)
▲ 후스콜의 스팸 번호 데이터를 전화 앱이 활용할 수 있다(출처=IT동아)


메신저의 미래 '아이메시지'

iOS 10이 되면서 아이메시지는 이모티콘의 크기를 키우고, 메시지에 효과를 추가하는 등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이메시지 전용 앱스토어가 생겼다는 점이다. 아이폰에 앱을 추가하듯, 아이메시지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초기라 그런가 아이메시지 전용 앱스토어에 가장 많이 등록된 것은 스티커 앱이다. 이를 설치하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모티콘 외 다양한 스티커를 활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앱을 실행할 필요 없이 아이메시지에서 망고플레이트의 맛집이나 에버노트에 저장된 노트를 찾아 친구에게 전송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에서 송금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나 페이코 같은 간편 송금 기능은 이미 iOS 앱으로 나와 있으므로 아이메시지용 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친구, 가족 등과 주고받는 메시지 속에서 영화를 예매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 스티커 쓰는 재미가 쏠쏠~ 간편 송금 기능도 빨리 나오길(출처=IT동아)
▲ 스티커 쓰는 재미가 쏠쏠~ 간편 송금 기능도 빨리 나오길(출처=IT동아)


메신저는 많은 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 때문에 여러 기업이 메신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일찌감치 아이메시지를 내놓았으며, 아이폰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그동안은 편리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단순 용도였다면, iOS 10에서는 비로소 플랫폼이 된다. 이젠 누구나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모든 앱이 아이메시지를 지원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서비스에 따라 아이메시지 지원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식 버전임에도 아이메시지가 다소 버벅대고, 앱스토어도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 더 최적화가 필요하다.

사진첩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아직

iOS 10의 사진 앱에는 딥 러닝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사진에서 얼굴, 물체, 장면 등을 인식하고, 시간과 날짜 등을 더해 자동으로 앨범을 만들어 준다. 업그레이드 완료 후 사진 앱을 실행하면, 하단에 '추억'이라는 메뉴가 추가된 걸 볼 수 있다.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그리 완벽하지는 않다. 연관없는 사진을 잔뜩 포함하기도 하고, 편집을 지원하지 않아 원하지 않는 사진은 제거할 수도 없다. 정확도는 차차 나아지겠지만, 편집만이라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사용 습관을 바꿔 나가고 있는 애플

애플은 iOS 7에서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꾀했으며, 이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iOS 10은 이런 과정에 있어 기본적인 밑그림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앱을 떠나지 않고 다른 앱의 기능을 쓸 수 있어 과정의 번거로움은 줄이고,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iOS가 능동적으로 처리하고 제안해준다. 아직은 제한적으로 지원하긴 하지만, iOS의 작동 방식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겨우 한발을 제대로 내딛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동아닷컴 IT전문 김태우 기자 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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